날벌레 또는 옷먼지 / 길But
지하철을 타기위해 지하로 모여든
사람들 머리 위로
부유하는 흰점 하나가 눈에 띈다
아, 저것이 날벌레일까 옷먼지일까
옷먼지라면 스웨터나
바지에서 빠져 나왔을 터
우주에서 유영하는 듯 여유로운 모습이라니
흠, 저것이 날벌레일까 옷먼지일까
날벌레라면 저토록 우아한 비행이 가능하다니
구석 틈에 노숙하던 먼지솜 하나가
사람들의 날랜 발길에 둥실 떠올랐나
저, 저것이 날벌레일까 옷먼지일까
부유하는 옷먼지를 날벌레로 오해하거나
날벌레를 옷먼지로 오해하는 동안
지하철의 문은 닫히고 추측은 지하철을 놓친다
그, 그것이 날벌레였던가 옷먼지였던가
사랑이 사랑이 아닌 것이 되고
사는게 사는 것이 아니게 되었을 동안에도
삶은 지하철처럼 한 방향과 운동성만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 그것이 날벌레였던가 옷먼지였던가는 중요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