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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버트 길벗 길But Nov 29. 2017

2013년 12월의 광화문

2013년 12월의 광화문 / 길But



우리 세사람은 2013년 12월 새벽 1시경

광화문 근처에서 만났다

사실 만남을 의식하는 것은 나 뿐이어서

스친적이 있었다라고 말해야 할지 모른다


나는 그때 너무 춥다는 생각과

집에 가야 된다는 생각,

이삼만원 나오는 택시비 대신 일산까지 가는

마지막 버스를 탈까 생각하고 있었다


시청에서 교보문고 앞까지 걸어가서

버스를 타야하는 나는

청계광장 입구를 지난 사거리 근처에서

노숙인 한명과 의경 한명을 만났는데


한명은 침낭 속에 누워있고

다른 한명은 추위 속에서

꽤 오래 서 있던 모양이며

나는 막 그들 사이의 중간지점을 통과하고 있었다


그날 광화문 근처에서 만났던

우리 세사람 모두는 지독히 추웠는데

나는 바람이 모자처럼

내 의식까지 벗겨 갈까봐 겁이 났다


사람들의 의식까지 얼려 버리는

추위가 있는 장소,

얼어버린 인간들의 의식으로 인해

신들까지 외로움을 타는 장소인


그날의 광화문 근처에서 만났던 그들 두사람이

행위 예술가들처럼

자기자신을 전시하고 있는 듯 생각되서

나는 은밀한 경이로움을 느꼈다


산다는 것은

내 모습을 계속 누군가에게 들키고

나는 누군가에게 나 자신을

전시하는 일련의 과정은 아니었을까,


우리 세사람은 2013년 12월 새벽 1시경

광화문 근처에서 스쳤다

사실 스침을 의식하는 것은 나 뿐이어서

그날은 추워도 너무 추웠다고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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