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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버트 길벗 길But Mar 30. 2016

내가 기억하는 방식


퇴근길 지하철에서 한 여인이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듯한 표정으로

내 앞에 앉아 있다


그녀의 시선은

이제 밑둥만 남은 나무 앞에서

온전했던 나무의 허상을 보는 듯도 하고


사랑하는 남자가 서있는 허상이거나

그녀의 친척 누군가의

허상인 듯도 하다


허상을 더듬는 그녀의 시선이

'내가 그리워 하는 방식'을

닮았다고 느꼈을 때


'사는 건 기억하는 방식의 문제'일 뿐이라고

고쳐

생각해 본다


어쩌면 그녀의 넘치는 졸음이

속으로 삼킨 하품이 눈물이 되려는 순간

그녀가 내 앞에 있었던 것은 아닐까


막 울 것 같은 그녀가 아름답다고 느낀 순간

나는 지하철에서 내리고

그녀는 아주 멀리 가버릴 것 같다


내게 남아있는 허상 때문에

혹은 내가 남겨 두고 싶은

허상 때문에


빗물처럼 스크린도어를 흘러가는

지하철 몸통의 여운을

잠깐 지켜보기로 한다



Miss Kenichi - Who Are You

http://youtu.be/dWa0fGAJEpQ


Because of You - 浜崎あゆみ(ayumi hamasaki)

http://youtu.be/9DUiamK_ur8


가사... http://m.blog.naver.com/syj953/220585046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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