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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버트 길벗 길But Aug 22. 2016

함부로 쓴 메모의 완성

BWV 974


네 몸에 난 숲속길을 손으로 건드리며 가자,

넌 갈대가 그러하듯 스스스스 소리를 낸다

네 몸에서 나는 소리가

내 마음의 잎에 내리는 비처럼

후투투둑 거린다


내가 꿈처럼 네 숲을 걸어 나온 곳엔

너의 길고 하얀 쌍둥이 바다가 보이는 삼각주

네 마음의 강이 바다로 떨어지는 곳에서

나는 내 입속에 던져 넣고 싶은

신선한 소금 냄새를 맡는다


포식자를 경계하며 물을 마시는

짐승처럼 조급하게

부드러운 털들이 네 혀위에 돋아났다

바람의 혀를 가진 내가

네 위를 스스스스 지나간다


어두운 네 머리 속 방안은

내가 들어가면 불이 켜졌고

내가 나가면 불이 꺼졌다

해가 지고서야

네 안으로 내가 후투투둑

비로 내렸다



http://youtu.be/tA4eMqHV_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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