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엔 거실에 엎드려 스릴러를 읽는다
책 내용이 첫줄부터 다음줄 까지
알파벳 Z 모양으로 내 머리속에 들어온다
이어지는 Z의 연속 물결들
순차적이고 일렬이라는 것은
그 속성이 1차원이라는 증명이다
빨대로 뭔가를 열심히 빨아 대는 방식과
연인들이 서로의 몸에 그리는 Z자와 동일하다
책 행간의 Z자 물결 사이로
'중고 가전 문의~
컴퓨터 냉장고 세탁기 삽니다' 가
커다란 스피커 소리가 되어 비집고 들어온다
원래 책읽기란 '중고 가전 문의'가 자꾸 섞여서
그 의미가 모호해진 어떤 것일지도 모른다
다만, 앞의 Z와 뒤에 오는 Z가
서로 얼마나 연관되어 있는가가 중요하다
얼마나 강하게 서로를 잡아 당기는가의
Z와,
'사랑이 욕정에서 끝나지 않으려면' 이라는
문제의 Z
스릴러를 읽다가 문득 배가 고프다
사막을 혼자 Z 물결로 통과하는 뱀처럼
약간 당황스럽기도 하고,
아까 있었던 '중고 가전 문의'를 소심하게
고발하고도 싶다
책 제목이
'Z for lover' 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