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소읍에
아스팔트가 깔리기 전의 일이고,
한낮의 태양이
자갈들을 소금으로 만들려고 작정한 때다
신작로는 하얗게 탈색되고
길게 쓰러져 있으며,
마흔 초반의 어머니가
예일곱살 된 내 손을 잡고 있다
그 소읍의
작은 슈퍼마켓이자 공용버스터미널에
우리 두 모자가 들어설 때면
조용필은 변함없이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부르고 있다
우리가 탄 버스가 출발할 때도
이별곡은 다시 '돌아와요 부산항에'다
그 소읍의
시장 입구부터 출구까지가
살이 발라진 생선뼈처럼 투명해 보이던
다른 날,
마음 속 오래된 궁금증의 가시가
내 어머니에게 묻는다
왜 여기 주인 아주머니는
'돌아와요 부산항에'만 들으실까
그 소읍이
생각난 것은
어제 만화책을 읽던 때였다,
아래와 같은 대목을 봤다
'아저씨는
기다리고
있었구나,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