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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버트 길벗 길But Sep 25. 2016

만화책, 깨달음의 보고서



그 소읍에

아스팔트가 깔리기 전의 일이고,

한낮의 태양이

자갈들을 소금으로 만들려고 작정한 때다

신작로는 하얗게 탈색되고

길게 쓰러져 있으며,

마흔 초반의 어머니가

예일곱살 된 내 손을 잡고 있다


그 소읍의

작은 슈퍼마켓이자 공용버스터미널에

우리 두 모자가 들어설 때면

조용필은 변함없이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부르고 있다

우리가 탄 버스가 출발할 때도

이별곡은 다시 '돌아와요 부산항에'다


그 소읍의

시장 입구부터 출구까지가

살이 발라진 생선뼈처럼 투명해 보이던

다른 날,

마음 속 오래된 궁금증의 가시가

내 어머니에게 묻는다

왜 여기 주인 아주머니는

'돌아와요 부산항에'만 들으실까


그 소읍이

생각난 것은

어제 만화책을 읽던 때였다,

아래와 같은 대목을 봤다


'아저씨는

기다리고

있었구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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