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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버트 길벗 길But Dec 26. 2016

마시는 차 k


생각해 보니 어릴적에는

내가 겨울나무였던 기억이 없다

나는 사실 이민자이자

강제 귀화 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내 이름은

마시는 차 뒤에 k가 붙는 티크(teak)이고

커피 이름과 컴퓨터 언어로도 유명한

'자 이걸 보렴' 섬이 내 고향이다

나는 오늘 모(某)회사 휴게시설에서

팔베게를 하고 잠들었다가

내 다리 위에 올려지는

사람들의 엉덩이 무게를 느끼며

다시 일할 시간임을 깨닫는다

나는 긴 의자이고

겨울나무가 그러하듯이

아주 미세하고 단단한 나이테를

안으로 만들어 내고 있다

간혹 지금도 꿈을 꾸곤 하는데

그때마다 열대 바다에 무릎이 빠지고

저녁 나절의 시원한 미풍과

한번 보면 잘 안 잊혀지는

발리섬의 아가씨들이 지나가는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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