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길버트 길벗 길But Jan 02. 2017

쇠(鐵)의 숲



글자의 생긴 모습만 보아도 서로 비슷하다

숲이란 단어는 한자 금(金)으로부터 나왔을까,

아니면 숲이란 발음이 만들어 내는

윗 입술의 선(線) 모양에서 영감을 받은

누군가가 한자 금(金)을 최초로

쓰기 시작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바다의 낙조(落照)를 한 줌씩 손에 쥐고

나뭇가지를 흔들고 있는

햇살들의 손가락들을,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를 타고

햇빛 아래의 숲을 통과해 본 사람들이라면

간혹 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밝음과 어둠이 빠르게 교차하며

만들어 내는 색다른 빛의 터널,

이면서 동시에

금(金)들이 서로 부딪히며 내는

짤랑거리는 소리들을

듣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티브이의 정규방송 사이에 있던

작은 흰점과 검은 점들의 혼선 같이,

간혹 숲을 산책하는 기억들 속에서는

같이 걷는 사람의 이름에

금(金)자가 들어가기도 하고

이내 빠져있기도 하다


도시외곽에서 차를 타고

지나가며 보던 산중턱의 숲길에는

낙조(落照)에 빠진 바다가 있었고

짤랑이는 쇳소리와

이름에 어쩌면 금(金)자가 들어가던

그녀가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비 넥타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