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좋은 겨울날
커다란 눈(目) 두개가 나를 내다본다
먹이에 집중한 카멜레온의 눈처럼
내 존재의 한 점을 향해
힘껏 모아진 시선이다
벽 안쪽의 밤은
빛 때문에 스위치처럼 딸깍 거리고
나는 눈(目) 두개의 안쪽이
달빛에 잠긴 공간 같다는 것에
힘껏 집중한다
서로 바라보기 좋은 발치에서
오랫동안
동일한 '간격'을 지켜왔다는 것은
대단히
신사적인 일이었다
커다란 눈(目)의 안쪽은
지금 어둠 속에 싸여 있고
나는 그 벽에
조금은 어둡게 표현된
내 자화상(自畫像)을 그렸다
햇빛 좋은 겨울날
누군가
우리 둘 사이의 '간격'을
사진에 담아간
날이었다
* 사진 - 경북 청도, 김창수님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