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집을 갖는게
평생 소원이었던 남자
얼마나 운이 없었으면
만들어 내 놓는 족족
도로가 자신의 집을
양쪽으로 갈라 놓는
악몽에 시달리곤 했다
호통치던 아버지의 집
사랑했지만 다른 남자가
와서 살게 된 그녀라는 집
제발 미래에는
지나가는 과정으로서가 아닌
자기만의 마당을 가진
집을 짓기를 소망하는 그 남자
그 남자의 먹고사는 일도
이미 두 세번
허물어진 집 모양이 되었다
대대로 정착해서 벼농사를 짓고 살았던
그의 조상 몸 속에
은밀한 유목민의 피가 흐르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의 어머니만이
그를 위해 자신의 집을
기꺼이 내어주신
유일한 사람
가장 완성된 인격을 보여주는
별스런
인종이셨다
산 하나를 그의 집으로 바꾸고
바다를 집으로 바꾼
담수(淡水) 한방울 같은 그 남자
유목민처럼
그가 만들지 않은 것의
둥지 위에 뻔뻔하게
깃들고 싶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