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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버트 길벗 길But Feb 02. 2017

소원, 집



자기집을 갖는게

평생 소원이었던 남자

얼마나 운이 없었으면

만들어 내 놓는 족족

도로가 자신의 집을

양쪽으로 갈라 놓는

악몽에 시달리곤 했다


호통치던 아버지의 집

사랑했지만 다른 남자가

와서 살게 된 그녀라는 집

제발 미래에는

지나가는 과정으로서가 아닌

자기만의 마당을 가진

집을 짓기를 소망하는 그 남자


그 남자의 먹고사는 일도

이미 두 세번

허물어진 집 모양이 되었다

대대로 정착해서 벼농사를 짓고 살았던

그의 조상 몸 속에

은밀한 유목민의 피가 흐르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의 어머니만이

그를 위해 자신의 집을

기꺼이 내어주신

유일한 사람

가장 완성된 인격을 보여주는

별스런

인종이셨다


산 하나를 그의 집으로 바꾸고

바다를 집으로 바꾼

담수(淡水) 한방울 같은 그 남자

유목민처럼

그가 만들지 않은 것의

둥지 위에 뻔뻔하게

깃들고 싶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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