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는
겨울비에도 꺼지지 않고
겨울 눈에도
사그라지지 않는 불길이다
냄새없이 타고
이글 거리는 불꽃과
깜부기 불 없이도 꾸준히
타오르는 불길이다
화순(和順)의 운주사(雲住寺)
와불(臥佛)처럼
밤이오면 잠시 일어 났다가
아침에 다시 눕는 불길이다
기린 같은 목과
겨울 나무같은 몸
불빛 하나 들고서 겨울 밤 속을
걷고 있는 가로등의 불길이다
누군가는
밤에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민망한 사랑 이야기처럼
조용히 얼굴을 붉힌다
* 화순 운주사 와형 석조여래불
(和順 雲住寺 臥形 石造如來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