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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버트 길벗 길But Feb 05. 2017

민망한 사랑 이야기처럼



내리는

겨울비에도 꺼지지 않고

겨울 눈에도

사그라지지 않는 불길이다


냄새없이 타고

이글 거리는 불꽃과

깜부기 불 없이도 꾸준히

타오르는 불길이다


화순(和順)의 운주사(雲住寺)

와불(臥佛)처럼

밤이오면 잠시 일어 났다가

아침에 다시 눕는 불길이다


기린 같은 목과

겨울 나무같은 몸

불빛 하나 들고서 겨울 밤 속을

고 있는 가로등의 불길이다


누군가는

밤에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민망한 사랑 이야기처럼

조용히 얼굴을 붉힌다




* 화순 운주사 와형 석조여래불

   (和順 雲住寺 臥形 石造如來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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