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allel worlds theory
1. 서기 1232년 10월 20일, 김포시에서 강화도 방향
여름날의 파리 같구나
목숨만은 살려 달라고
싹싹 빌고 있는 나에게
여기서 도망치면 마포구 현석동의
네 가족을 죽이리라 하는구나
몽고군에 쫓겨
강화도로 몽진(蒙塵)가는 배 위에서
임금 고종(高宗)의 부하들은
파리 뱃사공의 시체로
옥체(玉體)를 숨기려 드는구나
내 등이
억센 손아귀 안의 석류같이
두 쪽으로 쩌억 갈라지고
초야(初夜)의 순결한 내 피(血)가
호위무사의 칼 끝에 이슬처럼 달렸구나
2. 서기 1636년 12월 14일, 한강(漢江) 송파나루
여름날의 모기 같구나
목숨만은 살려 달라고
작게 소리 내고 있는 나에게
여기서 도망치면 강 반대편의
네 가족을 죽이리라 하는구나
청나라 태종(太宗)에게 쫓겨
남한산성(南漢山城)으로 몽진(蒙塵)가는 배 위에서
임금 인조(仁祖)의 부하들은
모기 뱃사공의 피(血)로
옥체(玉體)가 지나갈 길을 닦으려 드는구나
내 가슴이
억센 손아귀 안의 사과같이
양쪽으로 활짝 벌려지고
초야(初夜)의 순결한 내 피(血)가
호위무사의 칼 끝에 이슬처럼 달렸구나
3. 서기 2040년 늦가을에서 겨울까지, 한강(漢江)
누군가는 끝내 강(江)을 못 건널 것 같구나
살고는 싶지만
빌고 싶지 않은 너에게
누구도 너의 마음까진
죽이진 못 하겠구나
무언가에 쫓겨
세상이 몽진(蒙塵)가는 날
큰 파리들은
너의 죽음 속에
몸을 숨기려 들겠구나
너의 마음이
억센 손아귀 안의 종이배같이
두 쪽으로 찌익 갈라지고
초야(初夜)의 순결한 네 피(血)가
운명(運命)의 칼 끝에 이슬처럼 달리겠구나
* 강화도 '손돌설화'가 모티브, 고려시대에 등장한 이 설화는 조선시대에도 비슷한 패턴으로 반복되는데 사망자의 이름이 동일, 유사 하다는 주장도 있으나 근거는 약하다
** 옥체(玉體) - 임금의 몸
*** 이 글에서의 평행이론 반복 주기는 404년이다
**** 링컨과 케네디는 100년 주기, 나폴레옹과 히틀러는 129년 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