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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버트 길벗 길But Feb 08. 2017

평행이론

parallel worlds theory



1. 서기 1232년 10월 20일, 김포시에서 강화도 방향


여름날의 파리 같구나

목숨만은 살려 달라고

싹싹 빌고 있는 나에게

여기서 도망치면 마포구 현석동의

네 가족을 죽이리라 하는구나


몽고군에 쫓겨

강화도로 몽진(蒙塵)가는 배 위에서

임금 고종(高宗)의 부하들은

파리 뱃사공의 시체로

옥체(玉體)를 숨기려 드는구나


내 등이

억센 손아귀 의 석류같이

두 쪽으로 쩌억 갈라지고

초야(初夜)순결한 내 피(血)가

호위무사의 칼 끝에 이슬처럼 달렸구나


2. 서기 1636년 12월 14일, 한강(漢江) 송파나루


여름날의 모기 같구나

목숨만은 살려 달라고

작게 소리 내고 있는 나에게

여기서 도망치면 강 반대편의

네 가족을 죽이리라 하는구나


청나라 태종(太宗)에게 쫓겨

남한산성(南漢山城)으로 몽진(蒙塵)가는 배 위에서

임금 인조(仁祖)의 부하들은

모기 뱃사공의 피(血)로

옥체(玉體)가 지나갈 길을 닦으려 드는구나


내 가슴이

억센 손아귀 안의 사과같이

양쪽으로 활짝 벌려지고

초야(初夜) 순결한 내 피(血)가

호위무사의 칼 끝에 이슬처럼 달렸구나


3. 서기 2040년 늦가을에서 겨울까지, 한강(漢江)


누군가는 끝내 강(江)을 못 건널 것 같구나

살고는 싶지만

빌고 싶지 않은 너에게

누구도 너의 마음까진

죽이진 못 하겠구나


무언가에 쫓겨

세상이 몽진(蒙塵)가는 날

큰 파리들은

너의 죽음 속에

몸을 숨기려 들겠구나


너의 마음이

억센 손아귀 의 종이배같이

두 쪽으로 찌익 갈라지고

초야(初夜) 순결한 네 피(血)가

운명(運命)의 칼 끝에 이슬처럼 달리겠구나



* 강화도 '손돌설화'가 모티브, 고려시대에 등장한 이 설화는 조선시대에도 비슷한 패턴으로 반복되는데 사망자의 이름이 동일, 유사 하다는 주장도 있으나 근거는 약하다

** 옥체(玉體) - 임금의 몸

*** 이 글에서의 평행이론 반복 주기는 404년이다

**** 링컨과 케네디는 100년 주기, 나폴레옹과 히틀러는 129년 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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