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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율 Nov 11. 2023

나의 글이 다음(Daum)에 올라간다는 것

혹은 브런치에도 함께 올라간다는 것



  한동안 조회수 올라가는 기쁨, 조회수 확인하는 기쁨으로 살았다. 아니 한동안이라고 하기엔 그렇고 단 며칠.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브런치의 통계를 열어 올라가는 조회수를 확인하곤 했다. 확인할 때마다 늘어있는 수 천의 조회수를 보며 기뻤다. 구독자 수와 ‘좋아요’, ‘댓글’의 상승은 덤이었다. 클릭해 볼 때마다 변화하는 게 재미있고 신기했다.


  며칠간 고공행진을 하던 조회수가 며칠 전 밤 12 시를 기점으로 0으로 떨어졌다. 조회수가 하늘을 날던 며칠 동안은 자정이 넘어서도, 단 몇 초가 되지 않아 조회수도 좋아요도 1이 넘었었다. 이번엔 몇 분이나 지나 생긴 ’ 조회수 1‘도 꽤 오랫동안 변하지 않았다.


  곧 너의 시간도 올 것이라며,

  잭팟이 미리 터진 것이라며,

  쥐가 뒷걸음질 치다 소꼬리 밟은 것이라며,

  한없이 겸손한 척(?) 했던 내게 0이라는 숫자가 안겨준 허망함은 ’ 스스로에게 어이없음‘ 그 자체였다. 이렇게 신경 쓸 거 뭐 하러 겸손했니. 어차피 몇십이었다. 비록 시작한 지 며칠 되지 않았다는 핑계가 있었으나, 시작하고 나서 며칠 동안 나의 조회수는 20-30에 불과했다.


  사람은 참 간사하다던가.


  다음과 브런치에 동시에 걸린 후 어떤 날은 14 천, 어떤 날은 15천이 나왔다. 그 달콤함을 맛보고 나니 이제는 몇 천이 나와도 아쉬웠다. 그런 스스로가 어이없었다.



조회수가 고공행진하던 그 며칠




  다음과 브런치 모두에서 내려왔는지 0이 된 어느 날 자정. 새로고침을 해도 좋아요와 조회수의 변함이 없었다. 지난 며칠간 일분에도 몇 백씩 올라가던 조회수였다. 솔직히 그 덕에 글을 썼다. 오랫동안 생각해 왔던 글쓰기였으나 매일 쓰기 위한 동력은 없었다. 갑자기 높아졌던 조회수가, ‘지금 아니면 언제 쓰니? 정신 차리고 빨리 글을 내놔! ’라고 재촉하는 것만 같았다.


  천천히 생각해 보면 조회수가 올라갔던 글은 다이어트와 엄마의 혼곱. 쉬어가는 차원에서 나 스스로 재미있기 위해 썼던 글들이었다. 좀 더 힘들게 썼었던, 그리고 메인이라 생각했던 직장인 관련, 워킹맘 관련 글은 걸린 적이 없다. 그러니 인생도 글도 모르는 것이다. 언제나 내 생각과 예상을 빗나가니.


  한동안 나의 조회수 상승 관련글에 부럽다는 댓글들이 꽤 달렸었다. 지금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저도 똑같습니다. 그 며칠만 달랐을 뿐이에요. 이제

제 자리로 돌아왔어요 “


돌아온 조회수


  원래부터 나를 위해 쓰기로 한 것 아니었는가. 종잇장처럼 얇은 의지로 한 땀 한 땀 그렇게. 글이 좋던, 나쁘던, 완벽하지 않던. 내놓는 내 글들이 공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두려움은 청소 안 된 방의 빨래마냥 밀어놓고.


  단 몇 명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면 내가 그들의 글에서 위로받았듯 글을 쓰고 싶다. 내게도 그런 용기와 의지가 아주 얇은 종잇장처럼 있으니, 흐름을 잃지 않게 습관처럼 매일매일.



  조회수와 좋아요와 댓글에 팔렸던 시선과 정신을 비로소 내게로, 내 글에게로 가져올 시간이다. 나의 글을 볼 차례다. 잭팟을 기대하기보다는 내가 가진 그 얇은 의지로 꾸준히 써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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