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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율 Nov 14. 2023

자기소개 한번 부탁드립니다.

당신의 지난 오 년을 말해주세요.



  면접자는 다소 긴장한 낯빛이었다.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괜찮아요 “라고 인사를 건네준다. “편하게 이야기해 주세요. 여기 다들 00 씨를 알아가고 싶어서 왔어요. “ 이제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는 여유도 생겼다. 미국 생활 3년째. 작년 보스턴에서 대학원을 졸업하고 일 년여 만에 이룬 성과치고는 만족스러웠다.


  아시아 지역 인사담당자로 일한 지 일 년 여. 같은 대학원에서 공부했던 친구는 나의 사교성과 넓은 인맥을 높게 쳐주었다. 덕분에 나는 이곳으로 옮겨왔고 곧 아시아 헤드쿼터가 있는 싱가포르로 이사할 예정이다. 남편과는 주말부부가 아닌 분기말 부부지만, 우리는 아이의 교육과 각자의 커리어 발전을 위해 몇 년간은 희생하기로 했다. 내가 있는 곳에서 곧 한국 지사를 낼 계획이기 때문에 그때 합치기로 했다. 다행히 친정부모님이 와주셔서 아이들을 돌봐주고 계시는 덕분에 타국 살이도 견딜만하다.


  임원급으로 스카우트된 덕에 연봉은 거의 예전의 6배가 넘게 상승했다. 덕분에 부모님 용돈 정도는 부담 없다. 물론 내가 주로 지내는 뉴욕과 실리콘밸리 지역의 집 값이 악명 높지만 그럭저럭 버텨낼 만하다. 좋은 학교가 없어 아이들 사립학교 비용이 크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부모님 용돈까지 넉넉히 드릴 정도의 소득이 되어 만족한다.


  미리 싱가포르에 자리 잡은 친구들이 차와 집을 알아봐 주고 있다. 이왕이면 경치가 좋은 곳, 교통이 편리한 곳이었으면 좋겠다. 배치되는 요구인 그 두 가지의 적절한 교집합을 찾아 친구들이 후보군을 메일로 보내주고 있다. 구글맵과 집주인이 제공한 사진으로 살펴보는데 한계가 있긴 하지만, 이제 이렇게 집을 구하는 데는 꽤나 이력이 난 나인지라 사진들을 보면 대충 감이 온다.


  이삼 년만 아시아 헤드쿼터로 일하면 한국지사장으로 발령이다. 새롭게 한국지사를 오픈한다는 것이 큰 도전이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길을 연다는 게 설렌다. 그와 함께 개인 사업체도 함께 오픈할 예정이다. 한국에서 함께할 직원들도 살펴보고 있다. 처음에는 소규모로 시작할 예정이긴 하나, 사업체 등록부터 세금 납부, 직원 구하기 등 알아볼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싱가포르에서 아시아 시장이 익숙해지면, 그 특성을 반영하여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한국 사업체를 꾸려갈 예정이다.


  오늘은 나의 송별회 파티가 있는 날이다. 친구들을 좋아하고 대학생 때부터 자잘한 파티 주최를 해왔지만 백여 명이 넘게 우리 집에서 하는 파티 호스트는 처음이라 긴장이 된다. 원래 친한 친구 몇 명 만을 부르는 소규모 파티를 더 선호하지만, 오늘은 나의 송별회이기도 하고 떠나기까지 시간이 별로 없는지라 친구들을 한꺼번에 부르기로 했다. 친구들과 직장 동료들까지 부르는 꽤 큰 규모의 파티라 우리 집의 작은 정원이 걱정이다. 장소가 좁으면 어떠랴. 오늘 파티를 통해 네트워크 등등 그들 나름대로 즐겁게 지내다 가면 되지. 백여 명 규모의 파티라 음식이 꽤나 신경 쓰인다. 이왕이면 최근 유행하는 한식으로 대접하고 싶어 주말부터 장을 보고 며칠 전부터 갈비도 재워놓았다. 파김치에 김치전, 잡채까지 친구들의 입맛에 맞는 음식으로 준비하려 애썼다.


  치열하게 달려왔고, 치열하게 달려갈 삶이다. 한가한 시간은 내 인생에 없겠지만 이룬 것들이 있으니 그것대로 만족이다. 아시아 헤드쿼터를 넘어 한국 지사장으로 한국 땅을 밟는 그날까지 스스로에게 치얼스.






  이건 숙제다. “5년 후 내가 쓰는 글”. 글쓰기 숙제임을 밝히는 이유는 이걸 보고 왠 미친... 삐리리가 나오지 않게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간 나의 성향과 글의 취향을 대충 감지한 분들이 “어?”하고 당황하시지 않게 하기 위한 사전 안내이다. 내가 저 자리에 있다면 저런 글은 안 쓸 거 같으니(너무 자랑 같아 다시 읽으면서도 음... 싶지만) 비현실적이지만, 그럼에도 현실 가능성 높게 적고 싶었다. 나만의 생각이자 바람이지만, 숙제가 숙제로만 끝나지 않길 바라는 간절한 염원이다.




< 사진 출처 : pixaba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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