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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율 Nov 17. 2023

내 글이 책이 되는 그날이 오긴 오나요.

“반드시 옵니다”라고 누군가 말해줬으면.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나는 죽어서 책을 남기고 싶다.

그래서 책은 어떻게 남길 건데?

그렇지. 누가 ‘책 남기는 법’ 개인 강의 좀 해줬으면 좋겠다. 이건 지극히 게으른, 아직 작가가 되지 못한, 글 쓰는 자의 욕심이다.


소설을 썼다. 친구에게 자랑을 했다. 언제나 논문을 쓰고, 야근을 하고, 그 와중에 박사 과정까지 밟고 있는 365 일이 부족한 부지런한 친구였다. 나도 무언가 열심히 산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소설 공모전을 찾았다. 매번 접수일이 지나있었다.


그날이 오긴 올까?

내 책을 내는 그날.

친구는 나의 브런치 통과를 응원하며 곧 책이 나올 것처럼 축하해 줬다.

글을 쓰기 시작한 요즘, 가끔 나는 누군가 나에게 말해줬으면 좋겠다



그날은 온다고. 그러니 꾸준히 쓰기만 하라고. 걱정 따위는 하지 말라고.


취업 준비를 할 때 누군가 그랬다. 합격한다는 확신만 있다면 취업 준비가 문제가 아니라고. 그 어렵다는 사시나 다른 자격증 시험도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 불안함을 견디는 것. 그게 바로 결국 실력이라고.



맞다. 결국 그 불안을 견디지 못해서 포기한 것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 불안을 견디지 못해 유학을 포기했고, 취업을 했다. 나는 안정 지향적 인간이다.

그런 내가 글을 쓴다.

바라는 거 없이.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내 시간을 듬뿍 써가면서.

그러니 누군가 말해줬으면 좋겠다. 지금 나의 이 노동이 그저 자기만족을 위한 시간 낭비가 아니며, 적어도 미래에는 생산성 있는 결말로 이어질 것이라고.



아 안 되겠다.

잠이라도 자서, 꿈에서라도 듣고 와야겠다.







< 사진 출처 : pixaba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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