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좋은 점만 보는 색안경으로.(엄마의 화 안내기 프로젝트)
화와 반성의 굴레에서 벗어나기로 결심만 무한번째.
아. 이제는 진짜 무언가 변화해야겠다고 다짐한 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오늘은 화를 내지 않았다,
노육(怒育)을 하지 않은 것.
오! 오늘은 화 없는 날 한번 만들어봐?
아이의 좋은 점만 보는 색안경을 끼고,
매일, 아니 매 순간 엄마의 눈에 화내며 혼날 일이 가득인 아이를 바라보기로 했다.
아침에도 머리를 묶어주며,
바닥에 떨어진 아이의 머리카락들과 근처 먼지를 손으로 긁어모아놨더니,
기어이. 굳이. 그곳을 밟고 지나가는 아이.
-> 엄마가 열심히 손으로 모아서 굳이 너의 동선 밑에 놔두었구나. 아이 발 한번 닦아주고 이따 청소하자.
(인내의 심호흡이 필요하다)
신발 신고 이제 나가자는데,
꼭 구둣주걱으로 운동화를 신겠다는 아이.
차례차례 나가야 하는 입구가 아이가 만든 병목현상으로 밀린 도로의 교통체증처럼 내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 신발 안 구겨지게 운동화도 구둣주걱으로 신어야 하는 아이야. 물건을 소중히 여겨줘서 고마워.
(그래 그거 오래오래 신어서 돈이라도 아끼자)
아침에 바지를 스스로 입으랬더니
바지를 입긴 입었는데, 어랏. 이상해 보인다.
지퍼도 잠그지 않고 단추도 잠그지 않은 채
말 그대로 입어 올리기만 한 아이.
-> 오늘만 엄마가 도와줄게 앞으로는 이렇게 해봐.
('도대체 몇 번을 가르쳐줘야 하는 거니' 따위의 목구멍에서부터 올라오는 잔소리는 입안에서 꿀걱 삼켜버리자)
아이는 내게 한 번도 혼나지 않은 날 밤이면
“엄마 나 잘했지?” 하면서 칭찬을 바란다.
암 잘했지~ 잘했고말고.
(사실 네가 혼나지 않은 건 엄마를 칭찬해야 하는 게 아닐까 살짝 헷갈리지만)
그럼 엄마인 나도 오늘 한번 해봐?
“엄마 오늘 화 한 번도 안 냈어. 엄마도 잘했지? ”
그러나 실패했다.
하루도 화내지 않고 지내는 날.(생각보다 매우 어려운 프로젝트임을 밝힌다)
결국 잠자리에 들기 전, 나의 목소리는 집 천장을 뚫고 올라가 버렸다. 포효하는 사자와도 같은 나의 화와 함께.
색안경 끼기에 성공했다고 글을 쓰고 싶었으나, 아마 당분간은 어렵지 싶다.
역시 매일 끼도록 노력해 보기로.
아이는 알까. 엄마도 이렇게 매일매일
매 순간 노력한다는 걸.
내일은 화내지 않고 들을 아이의 말을 기대해 본다
“엄마 잘했어! 잘했어! “
서로의 위로와 응원을 에너지 삼아,
오늘 하루 아니 내일까지 하루 더, 아이들에게 더 많이 웃어주기로 하자.
좋은 점만 보는 색안경을 끼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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