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의 모양

오늘도 절룩거리는 a들의 삶이 아플지라도.

by 무말랭이

지독한 전쟁이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 적이었던 그런. a는 그 사이에 질기게도 살아남았다. 하루하루 살아남은 a는 전장에 훌륭하게 적응했다. 긴밀하게 인과관계를 파악하고, 의심했다. 혹여 무슨 일이 생긴다면 눈총을 쏘고 입으로 칼을 휘두를 준비가 늘 되어있었다.


하루 끝엔 누군가 쳐들어올 것 같아 불안에 떨었다. 아침이 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잠에 들고, 어김없이 찾아오는 아침을 원망했다. 전쟁이 끝나거나 자신의 숨이 끊기기를 바라면서 하루를 지나 보냈다.


a는 그 전쟁에서 영웅이 되고 싶었다. 적군을 물리치고 아군을 감싸는 그런. 하지만 a는 무력했다. 그래서 더 잔인하게 굴었다. 적군에게 누구보다도 빠르게 항복했고, 죽어가는 타인을 외면하면서 치졸하게 살아남았다. 그렇게 바득바득 살아내도 전쟁엔 승자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아픈 사람이 늘어날 뿐이었다.


그런 전쟁이 끝났다. 어느 날 문득 끝나버렸다. 분명 바라던 순간이 왔는데 패잔병인 a는 전장이 없는 삶을 적응하지 못했다. 한껏 다정해도 괜찮은 세상이 낯설고 조금은 지루하게 느꼈을지도 모른다.


a는 뒤늦게라도 영웅이 되려 노력했다. 다른 전장을 찾아 뛰어들었다. 그 안에 a와 같은 환경의 사람들을 붙잡으려 애썼다. 그것이 a에게도 타인에게도 독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 채로.


노력들의 결과는 성장과 극복이 아니었다. 그저 구원의 이름을 한 위선이었다. a의 노력은 당연한 것이 되거나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았다. 노력해도 되지 않은 것이 있었다는 것에 무력감을 느꼈다.


그뿐이었을까, a의 생존 방식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곳에서 오해를 서기 좋은 여지가 되었다. 이는 다른 모양의 전쟁을 낳았다. 적이 아닌 사람들을 등 돌리게 만들고, 타인을 상처 입혔다. 그렇게 a는 자신의 손으로 평화를 놓아버렸다.


a는 자신을 다독였다. 하지만 몰려오는 불안의 몸집이 작아지지는 않았다. 행복한 일상도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했고, 되려 가질 수 있는 것인지 불안해하고 부정했다. 문득 어떤 사건이 일어나서 주변이 어지러워지면 마음이 덜 일렁였다. 마치 일상을 찾은 것처럼.


그럼에도 a는 자신을 사랑했다. 어떤 부분에 있어 보수적인 것도, 다정하기 위해 매몰찼던 것도, 때때로 필요 이상 싹수없게 구는 것도. a는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기 위해 변호하려 애쓰는 자신의 모습이 처절하고 안타깝다고 느꼈다. 그렇다고 그런 자신을 지켜주고 싶지는 않았다. 때로는 내 버릴 정도로 혐오스럽다고 생각했다.


그 사랑은 타인에게도 적용되었다. 사랑해. 그렇지만 다가오지 마. 그렇다고 멀리 가지 마. 어차피 너도 날 떠날 거잖아. 타인은 영문을 모르고 a에게 사랑받고 미움받았다.


a는 자꾸만 떠나가는 인연들에 고민했다. 그리고 돌아보니 이 이상한 방식의 사랑은 더 이상 사랑이라고 부를 수 없는 모양이었다. 다시 시작된 전쟁의 흑막은 a 었던 것이다. a는 씁쓸했다. 자신도 이해하지 못하는 자신을 어떻게 타인이 안아줄 수 있겠는가. a는 유념했다. 그리고 자신을 다독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노력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a는 자신을 껴안는 손길조차 투박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에게 던지는 위로가 낯설게 느껴졌다. 그래서 지금도 내던지고 다시 잡기를 반복한다. a는 사랑하기도 바쁜 삶에 너무 많이 돌아와 버렸다고 생각했다.


패잔병도, 영웅도 아닌 그냥 a로, 자신으로 살고 싶다고. 진정 그렇게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절룩거리는 삶이구나. 중얼거렸다. 씁쓸하지는 않았다. a에게 괜찮으냐 묻는다면 웃으면서 괜찮다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a의 삶에 사건사고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시작된 삶에 어제가 어땠고 다음이 어떨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a의 마음이 평안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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