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소개글에 MBTI를 표기해두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브런치만 일리가 없지. SNS부터 자기소개까지 자신을 말할 수 있는 곳에는 온통 MBTI가 도배되어있다.
지겹다 지겨워 MBTI. 무슨 혈액형도 아니고. (라고 말하면서 나무 위키나 밈 보면서 시시덕거림.) 최근 자기소개할 때 가장 많이 나누는 얘기는 MBTI다. 생각보다 훨씬 많이. 자주 묻는다. 그리고 잘 맞지 않는 사람들을 미리 피하기도 한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 있다. 새로운 선입견이 생긴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너무 쉽게 사람을 판단하게 되지 않은가.
개인적으로 MBTI를 과신하는 사람들의 MBTI는 본인이 맞다고 하니 참고하고 있지만, 아니거나 잘 모르는 사람들은 조심하는 편이다. MBTI가 모두 중간에 있어서 인프피 특성이 모두 나라고 정의하기도 어렵다.
내 MBTI는 INFP라지만 사람이라서 딱히 P라고 해서 변수가 포함된 계획을 못 잡는 것도 아니고, F라고 해서 다정하지도 않고, 되려 성격은 까칠하고 I지만 억척스럽고 시끄럽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할지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 훨씬 많은데 어떻게 MBTI로 모든 상황을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무엇보다 궁합이 최악이라는 ISTP랑 친구고, ESTJ 엄마를 둔 사람으로서 이해할 수 없다.
그래도 나를 표현하고 말하고 싶은 우리네 삶에 MBTI는 좋은 소스인 것 같다. 그리고 성향별로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좋고 틀린 게 아니라 특성이 다른 것뿐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고, 이해할 수 있는 폭을 늘려준 것에도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은 분명하다.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이는 것은 편하고 즐겁다. 소속감과 안정감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당할까 봐 무섭기도 한 기분이다. [00 기업에는 맞지 않는 MBTI는 뽑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에 자주 해당되는 INFP로서 어쩐지 잘못 타고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가끔 한다.
그럼에도 부정할 수 없는 건 역시 MBTI는 재밌다. 재밌는 이유는 어떤 소설에 등장하는 16가지 캐릭터를 다각도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성장욕구가 높은 편이기도 해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좋은 도구이기도 하다. 그래서 조금 더 나아지면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게 되니까. 그렇게 되면 분명 세상이 조금 더 즐거워질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