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과 분노와 분노와 분노
하루의 끝을 붙잡고 일주일을 삭힌다. 휴일을 제대로 보내지 못한 아쉬움도, 유독 분노가 치밀었던 지난주도 묻어야 한다. 사이에 술과 아이스크림으로 속을 달랬음으로 퉁치기로 했다. 그래, 비싼 거 먹었으니까. 이걸로 돼야지. 그게 맞지.
무엇으로 만족이 되는 걸까? 분명 좋아하는 것을 모아 주변을 둘러쌌는데도 무언가가 비어있음을 매 순간 느낀다. 단 하루도 같지 않아 위태로운 하루는 싫고, 매일 똑같이 굴려지는 삶도 싫다. 파랑새를 쫓아한 발짝 딛었지만, 금새 되돌아가서 고양이를 부둥켜안고 싶은 심정을 달랜다. 뭐 하는 건가 싶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앞으로 가지 못하고, 안 하고 있다. 뭐든 해야 하는데. 조바심, 두려움, 불안은 on/off나 리셋 버튼이 없어서 곧이곧대로 느끼고 있고. 청춘이라면 응당 느껴야 하는 것이 맞는 걸까? 이걸 이제 와서 고민하는 게 맞나? 내가 청춘은 맞나?
내 나이는 멀리서 봐야 빛난다는데, 나는 지금 그 하루하루를 분과 초단위로 느낌 당하고 있어서 그렇게들 남의 하이라이트가 부러워지나 보다. SNS를 뒤적이면서 너는 연애를 하고, 너는 이번 휴가가 제법 좋았구나, 너는 다이어트를 힘들게 해서 프로필까지 찍었구나. 스크롤도 내려가고 내 기분도 내려간다.
더 오래 살아본 이들에게는 아직도 여정의 초입이라지만 나는 내가 살아본 삶 중에 가장 늙어있어서 나의 어린 날을 책임져야 하는 막연한 의무감을 느낀다. 그들의 주름엔 감당해야 할 것들이 새겨져 있어서 나의 미래가 밝은 게 맞는지 잘 모르겠다. 믿는 대로 될 것이라는 조언에 따라 빛나면 빛날 것이고 어둡다면 어두울 것이며, 잔잔하다면 잔잔할 것이다. 앞으로 살아갈 날 중에 내가 가장 어리니 무엇이든 믿으면 될 텐데 잘 안돼서 슬플 따름이다. 괜히 찬물을 들이킨다.
저녁엔 퇴근길 전우가 된 동료와 술을 한잔 한다. 슬픔과 기쁨도 느꼈던 적도 있던 것 같은데, 흔한 직장인은 분노와 분노와 분노밖에 남지 않아서 고민을 들어주다가도, 그래서 네가 원하는 게 공감이야? 문제 해결이야? 묻는다. 하여튼 mbti를 알면 뭐하겠어, 한국인은 성질이 급하다는데.
언제 이렇게 변했나 싶으면서도, 작은 것에 상처받지 않게 됐으니 어쨌든 성장한 건가 싶기도 하다. 부작용이라면 이따금 지나치게 무뎌져서 소중함을 느끼지 못할 때가 생긴다는 것이다. 또 지나고 나서야 알아서 자꾸만 돌아온 탕자가 된다. 미안해 미안해하면서 또 짠하고 풀고. 또 탕자가 되고 짠하고.
이것도 새벽이니 아침이 왔을 땐 새벽의 풍경이 아름다웠다며 웃음을 지을지도 모른다. 내가 전을 돌아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들에 걱정하고 힘들었던 것처럼 말이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왜 난 그게 다 별거 같은지 모르겠다. 속이 좁은가?
감정이 널려있는 하루를 헤맨다. 내일은 아침이 오겠지. 아침이 오겠지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