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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개 May 02. 2023

트렌펄린은 넝마지만 살아있으니까 살아야 될 거 아니예요

<너진똑 : 가난한 사람은 왜 가난할까?> 그러게요?


처참함은 도처에 널려있다. 비전 없는 회사, 도토리 키재기에 이왕이면 내가 더 크고 싶은 마음, 힘들었던 가족의 삶 혹은 주변인들의 삶. 무엇보다 처참한 것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아니, 이루지 않은 내 모습이 가장 처참하다.  단명만 생각하다가 아무튼 살아있으니 살아보기로 마음먹고 보니 나는 생각보다 더 사회를 견뎌내기 취약한 사람이었다. 특히 요즘의 나는 숨 쉬듯 응원이 필요하고, 가벼운 말에도 간단히 열폭한다. 아무튼 좋은 것만 보고 싶어 진다는 것이다. 인정하기 싫은 것을 매일 멱살 잡고 보라고 하는 일상이 폭력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다. 적어도 내가 골라보는 것들은 행복하고 밝아야 하지 않은가.


뭔가 인용하고 싶었는데 영상의 한 부분을 가져가면 왜곡될 거 같고, 다른 것도 딱히 떠오르지 않아서 내가 생각하기에 아무튼 해피앤딩이어야 하는 이유를 그럴듯하게 적어봤다. 현실의 각박함은 영화에 나오는 현실고증 정도면 차고 넘친다. 현실은 영화보다 영화 같아서 늘 그 정도를 넘는 게 참 개탄스러울 뿐이다. 숨 쉬듯 위로가 필요한 삶에 척박한 혹평을 듣느니, 달달한 칭찬에 비행기나 타고 싶어 진다. 쓴 말 하는 친구는 놈이 되고 멀리하고, 칭찬하는 친구는 베스트 프랜드로 팔안쪽에 꼭 껴놓고 싶다. 문제는 막돼먹은 내 성격에는 그럴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미 알아버린 걸 어떻게 무시하겠냐고.


애써서 좋은 것만 보고 느끼려고 하다가 문득 강박적으로 긍정적인 사람들을 보면 또 차게 식는다. 영화를 볼 때 등장인물에 한창 몰입하다가 문득 몰입이 깨져서 ‘아 맞다, 이거 다 개뻥이지.’라는 생각에 감정이 순식간에 휘발되는 것처럼 말이다. 좋은 말만 해주던 친구의 말을 듣다가 불현듯 나 자신에게 조차 사기 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정신 나갈 것 같은 인생에 아무렴 백번 필요를 인지해도 그게 반쪽짜리 긍정이라는 것을 절대 모르지 않는다.


웃긴 게 한번 긍정이 휘발되면 딱 그만큼 불안해진다. 동시에 생각이 많아진다. 내가 좋은 것, 행복한 것만 보다가 편협해지면 어쩌지, 이면을 못 보게 되면 어쩌지, 나 같은 사람을 이해 못 하게 되면 어쩌지 하면서. 그럴 때면 슬쩍 독한 말 때문에 멀리하던 놈에게 친구의 명칭을 스리슬쩍 되돌려주고 팔 안쪽에 꼭 낀다. 술도 사고, 쓴소리를 얻어먹는다. 이것도 사실 간편하게 채찍질을 하며 자기 효용감을 느끼는 수단에 불과하다. 차라리 내가 모르면 좋을 텐데. 머리 아픈 인생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서 더 서글픈 우리네 인생이다.


 그렇지만 아무튼 자신을 비난하지 않기로 했다. 무책임하리만큼 긍정적인 면모는 꼭 필요하다. PT를 받을 때면 기계적으로 ‘잘하셨어요.’라는 말에 바들거리면서도 한 개를 해내고야 마니까 말이다. 이따금 자각하는 것을 잊어서 자만하지 않기만 하면 이것보다 좋은 무기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자주 한다. 너진똑에서는 망가져있는 트렌펄린을 고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내가 온갖 해피앤딩을 끌어안고, 칭찬에 목말라하다가 문득 이게 다 부질없게 느껴지고 불안해서 머리가 아픈 건 다 이게 내 트렌펄린이 망가져서 뛸 수가 없어졌기 때문인 거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회복되는 게 느린 것 같아서 자꾸 조급해진다. 반쪽짜리 긍정은 채찍과 당근을 먹으며 구르고 굴러 언젠가 낙관이 될 것이라 믿는다. 뼈가 부러졌다가 붙는 시간이 느리다고 비난받을 일은 아니지 않은가. 생각해 보면 ‘해피앤딩은 얼어 죽을.’을 외치며 파국 앤딩조차 무감하던 때도 있었다. 이 정도면 선빵이지. 아무튼 긍정적인 것을 찾고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제법 긍정적이게 변한 거 아닐까.


어쨌든 내 인생도 해피엔딩이어야 될 것 아닌가. 돈이야 티끌 모아 티끌이겠지만, 행복과 긍정은 티끌을 모으다 보면 정말 언젠가는 태산이 될지도 모른다. 사소하지만 내 멋진 점, 잘한 점, 행복한 장면을 자주 발견하는 노력을 계속 쌓아보기로 한다. 쌓인 것 같지도 않게 느껴지지만, 내가 해피앤딩을 좋아하게 된 것처럼 어느 날 문득 또 이만큼 변했구나 알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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