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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utumn Dec 03. 2021

제주생활백서

제주로운 생활자를 꿈꾸며

월급루팡의 삶은 스스로 성취감이 적은 일에 대한 평가절하와 더불어 흥미로운 일자리로의 이직 가능성이 나타나기 전까지 일정기간 행복했다. 9개월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좋은 분들과 함께라서 가능했고 운이 좋아 누렸던 호사였다.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반복적으로 하며 스스로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 이나 내가 가진 능력을 인정받는 느낌을 갖고 싶은 것은 욕망인 동시에 욕구였다. 더구나 직장에서 주어진 자유 시간도 느끼는 만족감과 즐거움의 크기(한계 효용)가 점점 줄어들었다. 사람마다 적용기준이 다르겠지만 나는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 적용되는 느낌이었다.

 

 "자신을 가장 효율적으로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스스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가는 것이다"- 김경일 교수


이직을 고려할 당시 전공과 무관하고 경험도 없는 일을 내가 과연 가능할까 싶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 이기에 도전했다. 인생에서 이 만큼 가장 설레고 행복했던 이력서 쓰기는 없었다. 처음으로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일이 내게 생겼을 때의 기쁨, 관심 있고 좋아하며 하고 싶었던 일에 다가가는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샘솟았다. 현재 내가 하는 일은 작은 도서관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일로 1인 근로자면서 대표자이다. 지역이나 주관하는 곳마다 다르겠으나 내가 지원한 곳에서는 컴퓨터 자격증을 2순위의 자격으로 둬서 가능했다. 평소에 책을 좋아하고 경험했던 일들의 자세한 기록과 세부적인 활동계획 등이 채용되는 데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 제주에서 이사가 잦았던 나는 책을 구입하기보다는 도서관을 자주 이용했다. 자연스럽게 도서관 책의 분류 방법을 익히 알고 있었고, 책을 분류하고 등록하는 수서의 일은 프로그램을 통해 쉽게 가능했다. 그리고 책을 대여하고 반납하고 정리하는 일 외에도 프로그램 운영도 작은 운영비로 주최해야 한다. 나는 해보고 싶었던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계획을 가졌었고, 지역주민과의 교류나 도서관의 방문을 높이는 등의 효과를 이끌어 내고 싶었다. 몇번의 크고 작은 시도가 있었으나 아쉽게도 코로나가 찾아오고 장기화되면서 현재는 비자발적 월급루팡이 된 상태이다.

 

 코로나 이후 내 삶의 변화 속도보다 사회와 구성원들의 변화가 더 빠른 것 같고 생활 전반에 나타나는 자동화, 무인화는 기술에 압도당하는 느낌이다. 이러한 속도 사회는 평생직장의 개념을 지웠고, 나의 밥벌이도 언제든 도태되고 사라질 위험 속에 있음을 자각시킨다. 반면, 위기를 기회로 삼아 준비된 사람에겐 무한한 가능성이 열린 시대인 것 같다. 나만이 느끼는 것, 본인만의 고유함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그 가치의 발견을 통한 부업, N 잡러, 부캐, 사이드잡, 덕업 일치 등으로 공간의 제약이 없는 다양한 형태의 직업이 생겨나는 시대이기도 하다. 밥벌이에 관한 글은 내 미 밥벌이의 고민에서 시작됐다. 대기업이 없고 임금이 적은 제주에서 밥벌이는 제한적이고 한계가 많다고 생각하지만, 고민만하고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지금 나는 그 결과이다. 제주에서 내가 했던 수많은 선택에서 나는 자신을 효율적으로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에 대해 알았고, 나를 신뢰하게 되었으며, 나에게 중요한 가치는 '시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근로소득자로서 살아오며 내가 가장 이루고 싶었던 것은 나의 시간에 대한 주도권을 갖는 것이다. 내 시간에 대한 주도권을 가지며 내가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는 일, 나아가 밥벌이가 된다면 더없이 좋은 일일 것 같다. 제주에 살면서 앞으로 또 어떤 일들이 내 앞에 펼쳐지고 인생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은 뭐가 있을지 궁금하고 설렌다. 나는 오늘도 제주로운 생활자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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