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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제 이준서 May 26. 2018

엔트로피 entropy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하여

열역학 제1법칙에 따르면 우주 안의 모든 물질과 에너지는 불변하다. 창조되지도 파괴되지도 않는다. 단지 그 형태만 바뀔 뿐이다.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이 열역학 제1법칙뿐이라면 다행이다. 에너지가 고갈될 걱정은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석탄 한 조각을 태우면 태우기 전과 후의 에너지 총량은 같겠지만 일부는 아황산가스와 기타 기체로 바뀌어 대기 중으로 흩어진다. 이 과정에서 사라지는 에너지는 없지만 이 석탄 한 조각을 다시 태워 같은 일을 하게 할 수는 없다. 일할 수 있는 유용한 에너지가 무용한 에너지로 손실되고 만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열역학 제2법칙(엔트로피 법칙)이다.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르면 우주 안의 모든 물질과 에너지는 한 방향으로만 변한다. 유용한 상태에서 무용한 상태로, 질서 있는 상태에서 무질서한 상태로 변한다. 결국 우리는 에너지로 일을 할 때마다 일한 만큼 다시 쓸 수 없는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쓴 만큼 "일정액의 벌금을 내고" 있는 것이다


- by 제레미 리프킨

제레미 리프킨의 책 <엔트로피> 겉면에 적혀있는 문구이다. 모두에게 1독을 권하는 바이다. 아인슈타인은 새로운 세계관이자 모든 과학에 있어 제1의 법칙이라 하였다.

우리 사는 세상은 데카르트, 뉴튼, 베이컨 철학이 지배하는 폐쇄계의 분열된 자아가 점철된 세상이다. 마음뿐 아니라 몸조차 굳어 쥐새끼도 알아차리는 지진의 전조현상도 자각하지 못한다. 눈에 보이는 것만을 숭배하다 보니 눈과 같은 감각적 기관이 아니라면 그 어떤 영감을 가질 수도 없다. 우리의 정신과 몸, 역사, 세계관, 농업과 공업, 교육, 보건 등등 우리를 둘러싼 그 어떠한 환경도 엔트로피의 적용을 피해가지 않는다. 종교의 비대화는 초기 그리스도 정신을 배격하였으며 교육의 비대화는 인간성을 상실하였으며 산업화는 점점 지구에 남아있는 재생 불가능한 자원을 고갈시키고 있다. 미국 인구는 세계 총인구의 6%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 에너지 총소비량의 1/3을 차지한다. 그리고 그들은 그러한 불평등을 쉽게 포기하려 하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쌓인 엔트로피는 그들이 이룩한 물질문명이란 것이 얼마나 보잘것없었는지에 대한 본보기를 보여줄 것이다. 더 많은 자원이 투입될수록 더 많은 오염과 불평등, 지속 가능한 발전을 저해시킨다. 눈덩이를 굴리다 보면 결국 산아래에 가서 산산조각 나고 만다.

천조국의 군사력. 이 엄청난 자원과 에너지는 파괴라는 목적에 사용되거나 고물이 될 때까지 보관하다가 폐기한다.

테슬라의 전기차, 스티브 잡스의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니켈, 코발트를 채취하기 위해 아프리카의 십 대 아이들이 삽을 들고 안전장치도 갖추어지지 않은 갱도를 파고든다. 생활의 편리함, 그리고 에너지의 청정도를 위해 사실 보이지 않는 더 많은 재생 불가능한 자원이 낭비된다. 컴퓨터는 작아졌지만 그만큼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그만큼 소비되는 자원과 노동력, 환경파괴는 늘어났다. 농업의 기계화는 더 많은 석유의 낭비, 비료와 농약의 사용 등 -비료와 농약은 화석연료에서 얻는다- 구식 농사보다 더 많은 1인당 에너지를 쏟아붓는다. 언제까지? 모든 자원이 없어질 때까지. 그게 언제일까? 얼마 남지 않았다는 불편한 진실은 참으로 불편하다. 그럴 땐? 외면하는 게 상책이다.

스마트폰 배터리에 쓰이는 코발트를 채굴하는 십대 아프리카 아이들
불편한 진실은 외면하는 게 상책이다

성장을 위해 출산율 장려정책을 쓴다. 지속적인 성장은 지속적인 발전을 의미하지 않는다. 세계 인구 70억의 절반 이상이 굶주리는 상황에서 자국의 성장을 위해 출산을 장려하는 것이 선진국이 아니라 지금 현재 세대의 기근과 빈곤의 해결을 주도하는 것이 선진국의 자세이다. 한반도전체 인구 7천만은 전 세계 인구 70억의 1/100 축소판이다. 지금이 전 세계 인구를 늘릴 때인가? 지속적인 발전은 투입되는 모든 자원의 양을 늘리는 성장이 아니라 스스로 지구 전체의 한계, 유한성을 인정하고 자원 투입량을 낮춰 전체 엔트로피를 낮춤으로써 가능해진다. 지나친 도시화로 인해 비대해질대로 비대해진 회색빛 도시에서 당신은 얼만큼의 희망의 빛을, 동력을 얻고 가는가? 도시에서 일인당 소비를 위해 드는 사회적 에너지 총량이 시골에서 사는 것보다 더 효율적인 에너지시스템을 갖고 있다고 확신하는가?

미국 인구조사국은 2018년 1월1일을 기준으로 세계 인구가 74억4,444만3,881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28일 밝혔다.

현상을 종합적으로 유추하지 않고 폐쇄계로 자연계를 이해하고 접근을 하다 보니 서양식의 성장과 발전이란 도식 앞에서 헤어나지를 못한다. 앞선 글에서도 자주 언급하는 좌뇌의 우뇌의 매트릭스에 갇혀있다 보니 큰 틀을 보지 못하고 좌뇌로만 세상을 조망하는 것이다. 투입되는 자원의 양이 문제가 아니라 질적인 문제들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주어진 자원을 소유하지 않고 공유해야 엔트로피가 낮아진다. 자동차를 소유하려 하는 산업 방식이 그에 따르는 무용한 에너지 즉 공해와 교통사고, 점점 비싸지는 자동차 가격 등의 엔트로피를 높인다. 우버택시와 같은 공유경제로의 실행은 공유경제로의 이행률을 높이고 전체 사회의 엔트로피를 낮춤으로써 진정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는 근간이 되는 것이다. 나눌 때 더 커진다는 단순한 방정식이 곳곳에 스며들어야 한다. 어떻게가 아닌 무엇을 보느냐가 문제 되는 바, 그간의 좌뇌 방식에 의한 '어떻게' 성장을 이룰 것이냐가 아닌 '무엇을' 발전시켜야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할 때이다. 굳이 말을 안 해도 왜 이런 논의를 해야 하는지, 우리 사는 사회의 위기들을 짚어보면 누구나 충분히 공감할 내용인 것이다. 이미 우리 세계는 엔트로피의 극점을 향해가고 있고, 인위적이고 작위적인 해결을 강구하지 않는 한, 어느 임계점에서 그것은 우리에게 분명 잊히지 않을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공유경제 Sharing Economy - 재화나 공간, 경험과 재능을 다수의 개인이 협업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나눠 쓰는 온라인 기반 개방형 비즈니스 모델을 일컫는다. 독점과 경쟁이 아니라 공유와 협동의 알고리즘이라 할 수 있겠다. 공유경제라는 이름은 2008년 미국 하버드대학 로렌스 레식 교수가 붙였지만, 이미 2000년대 초부터 주목받은 개념이다. 공유경제를 널리 알린 것은 미국의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Uber)와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Airbnb)다.  -Daum백과

우버 택시와 에어비앤비. 소유에서 공유로 관념이 넘어가야 한다

자연계는 볼츠만, 슈뢰딩거가 말한 것처럼 모든 유기체는 주변 환경으로부터 마이너스 엔트로피를 빨아들여야 한다. 분산형 구조로서 주변 환경과 에너지를 교환해서 엔트로피를 낮추어야 한다. 유용한 에너지를 끊임없이 순환하게 해서 항상성을 유지해 나가야 한다. 객체와 주체를 분리하던 고전 물리학에서 인간과 자연이 주객 관계의 폐쇄계가 아닌 순환계임을 인정하는 양자물리학으로의 전환은 바로 인간이 자연과 하나임을 깨닫고 모든 물질, 비물질 자원이 나와 인류, 지구 모두가 함께 쓰는 공유재임을 인정할 때 엔트로피를 낮추고 지속 가능한 질적 발전을 이룰 수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인류는 항상 그 위기점이 극대에 달할 때 의식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뒤늦게 물상(物象)의 변화가 있게 된다. 의식은 항상 모든 물질문명에 선행하는 바, 물질이 우리의 몸과 정신을 더 갈아먹기 전에 지구 전체에서 발생하는 엔트로피를 낮추고 인류의식을 높여 다 같이 잘 사는 방법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투입되는 자원의 양을 스스로 줄이고 자연계와의 순환구조를 이루고 스스로 자연의 보호자이며 그 일부임을 인정할 때 자연은 우리에게 그 이상의 혜택을 준다. 이 간단한 진리조차 수용할 자신이 없다면 그대는 이 지구를 떠나야 한다.

이러한 공유경제가 플랫폼 자본주의의 한 전개양상일 뿐이라는 반론도 있다. 무늬만 공유경제인 현재의 플랫폼 경제를 진정한 공유경제로 다시 설계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플랫폼 조합주의를 들 수 있다 - 포스트휴먼이 온다(이종관 지음)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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