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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제 이준서 Mar 28. 2018

맨 오브 스틸(Man of steel)

테라포밍, 크립토포밍 Cryptoforming

DC 코믹스의 유명한 시리즈 중 영화 ‘맨 오브 스틸’에서 크립톤 행성의 조드 장군이 월드엔진을 조작하여 지구의 대기와 밀도를 크립톤행성으로 바꾸는 일명 테라포밍, 아니 크립토포밍을 실행하는 장면이 나온다. 테라포밍은 지구를 뜻하는 terra에 form (형성하다)를 붙인 말로 지구를 형성하다, 곧 행성개조로서의 지구화(地球化)를 말한다.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 및 위성, 기타 천체의 환경을 지구의 대기 및 온도, 생태계와 비슷하게 바꾸어 인간이 살기 적합한 환경으로 만드는 작업을 말한다. 영화에서는 반대로 지구를 크립톤행성으로 바꾸는 작업임으로 크립토포밍(Krytoforming)이라 칭하겠다.

테라포밍

테라포밍에 가장 적합한 행성으로 현재로서는 화성이 유력하다. 프로젝트를 조금 더 살펴보면 총 예산은 3조 9천억 달러, 총 공사기간은 480년이며 총 5단계에 걸쳐 진행된다는 구체적 계획이 마련되어 있다.


영화로 다시 돌아가서 조드장군은 미국의 뉴욕과 정확히 그 반대지점에 월드엔진을 작동시킨다. 이는 지구의 자기장, 즉 중력장을 교란하여 대기부터 바꾸려는 크립토포밍의 첫 단계인 것이다. 그렇게 갑작스런 대기의 변화는 인류의 홀로코스트로 이어지지만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크립톤인들의 부활을 꿈꾸는 것은 군인으로 태어난 조드 장군의 극좌적인 성향 때문이다.

월드엔진

지구와 달리 크립톤인들은 자연생식이 아닌 인공적인 생식을 통해 각각의 개체들이 날 때부터 각기 맡은 의무를 타고난 채 태어난다. 한마디로 군인은 날 때부터 군인으로의 운명을 타고 태어난다.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는 성향은 한편으로는 극우적인 성향과도 맞닿아 있지만 온 인류를 파괴하려는 성향은 극좌적인 성향이므로 조드장군은 그 운명에 절대적으로 순응하는 한계를 보여준다.


여하튼 그러한 각 개체의 DNA 정보를 담은 코덱스를 슈퍼맨의 아버지가 아들의 몸에 심고 슈퍼맨 칼 엘을 지구로 보낸다. 이렇게 지구에서의 시간이 흐르고 온 우주를 떠돌던 조드장군은 드디어 칼 엘에게 코덱스가 있음을 알게 되고 그 코덱스로 크립톤인들을 인공적으로 탄생시키고 크립톤인들이 지구에 적응할 시간을 앞당기기 위해 극단적인 크립토포밍을 실행하게 되고 이에 지구에서 자란 슈퍼맨이 맞서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슈퍼맨은 같은 종족인 조드장군에게 맞서려는 것일까?


슈퍼맨은 다른 크립톤인들과 달리 부모의 자연생식에 의해 태어난 첫번째 개체이다. 즉 그에게는 운명이라는 것이 주어지지 않았다. 명리학을 적용해보면 선천적인 운명은 대략 70%가 주어지고 나머지 30%는 자유의지로 타고난 채 태어난다고 한다. 100% 운명이 주어진 채 태어난 다른 크립톤인들과 달리 슈퍼맨에겐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할 여지를 타고난 것이다. 조드장군과 그 휘하 부하들은 군인으로서 상관 조드장군의 명령과 카리스마에 복종하는 것이 그들에겐 최고선(最高善)인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의 자유의지로 슈퍼맨은 그 무엇보다 생명을 택한 것이다.


영화 가타카 Gattaca에서 열성의 인자를 타고 태어난 주인공이 자신이 타고난 열성인자를 극복하고 우주로 나아가는 장면이 나온다. 우생학. 자신들보다 열성인자로 태어난 이들에 대한 인종청소는 지금도 지구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다. 그 인자는 도대체 어떻게 측정할까? 인류최초의 진화는 어디서부터 시작하였을까?인류의 시작은 아프리카에서 시작했다는 설도 있고 그 사실관계는 아직도 다툼이 있 한단고기에서는 바이칼호수로 보기도 한다. 그렇다면 최초의 인류가 탄생하고 그 인류가 세계 곳곳으로 퍼지기까지 시간을 따진다면 그 첫 인류가 태어난 시발점에서 그래도 조금 더 진화가 빨리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혹은 인류의 시작은 지구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작되었을 수도 있다.

가타카에서 주인공의 작은 역사는 아직은 개인적인 역사(役事)이다. 아직 사회는 주인공 '에단 호크'를 우성인자인 '주드 로'라 여기고 우주선에 탑승시킨 것이므로 그 사회시스템 자체를 바꾸지는 못했다.


슈퍼맨 칼 엘은 어떨까? 그는 열성과 우성을 함께 타고난 듯 보인다. 그는 지구에서 자란 최초의 크립톤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놓고 어릴 때부터 많은 갈등을 겪게 된다. 그런 그를 붙잡아 준 것은 그런 그를 그 자체로, 한 인격체로 보듬어 준 부모님과 로이스 레인이다. 그들은 그를 슈퍼맨이 아닌 존재 클라크 켄트로 본 것이다. 사족을 붙이자면 사실 이름조차 필요없이 인간은 스스로 존재하는 자가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전혀 메시지가 없을 것 같은 영화 어벤저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비전이 자신의 본질에 대해 나는 스스로 존재한다는 대사를 듣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다시 맨 오브 스틸로 돌아와서 초반 인간의 5감을 넘어선 본인 스스로도 제어하지 못하는 6감의 급작스런 발현을 어머니가 제어해 주었고 그의 분노를 억제시켜 준 이는 아버지였고 그의 마음에 안도를 준 것은 로이스 레인이다. 외계인과 인간, 그중 여자와의 사랑은 고대신화에서 기인한다. 영화 토르에서 토르와 지구여자와의 사랑도 같은 예이다.


크립톤인들에겐 사실 기회가 있었다. 슈퍼맨의 아버지 조 엘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기에 그 사단을 낳았던 것이고 왜 그런 기회를 스스로 차버린 희생의 대가를 지구인이 져야 하는지……. 슈퍼맨은 본인의 자유의지로 지구인의 편에 선 것이다. 그에겐 처음부터 역할이 주어지지 않았으니 그 어떤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스스로 운명지어지지 않은 자가 운명을 개척하는 히어로 성장드라마라고나 할까?


다른 쪽에서 살펴보자. 우리의 우성인자를 보존하기 위해 열성인자인 지구인을 청소하고 지배하려는 의식은 극히 좌뇌적인 경향이다. 극히 우뇌적인 성향은 스스로 노예가 되는 것이다. 조드 장군은 극히 좌뇌적인 인물이다. 슈퍼맨은 극좌도 극우도 아닌 생명존중의 가치를 아는 인물이다. 군인으로 태어난 조드장군에겐 상명하복의 극좌적이고 극우적인 입장이 그에겐 최고의 선인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을 배제시키고 지구인들로만 이야기해보자. 인종청소는 지금도 벌어지는 일상이다. 매체로만 전해지는 비보에 뇌가 지쳐 그것을 일상으로서의 사건으로 받아들이는 것일 뿐, 비극은 도처에 존재한다. 개그는 개그일 뿐이라 외치는 것과 달리 영화는 많은 논픽션을 토대로 한 픽션이다. 조드장군이 지구를 바꾸기 위해 포밍을 하는 것처럼 우리도 우리의 몸과 의식에 생명의 가치를 포밍하는 휴먼포밍(humanforming)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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