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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member

by 포카치아바타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


우리가 함께 했던 이야기,


우리가 함께 했던 장소,




우리가 꿈꾸며 살아왔던 모든 날들을


기억해 주세요.




반짝반짝 빛나던 시간을 함께 했던 우리가


어느새 붉게 노을 지는 시간을 맞이해요.




검정 머리는 하얗게 눈이 내리고


머릿속은 깜깜해지는 나이가 되어도




당신이 나를,


내가 당신을,


기억하도록 해요.




Remember.







요양원에서 근무했던 적이 있어요.


거기엔 백 살이 넘은 할머니 한 분이 계셨는데, 대부분의 기억을 잃은 상태셨죠.


그런데도 수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 만은 놓지 않으셨어요.


"너무 보고 싶어…"


"한 번만 안아볼 수 있으면 좋겠네…"


기억이 짙어지던 날에는


할머니는 그렇게, 눈이 짓무르도록 우시곤 했어요.


그리고 어느 날, 조용히 말씀하셨죠.


"내가 죽어서 만나면 얼마나 반가울까. 얼마나 좋을까…"


그리움이라는 건 기억보다 오래 남는 감정인지도 모르겠어요.


시간이 흐르면 다 잊힌다고들 하지만, 마음에 새겨진 사람은 그렇게 쉽게 흐려지지 않나 봅니다.


울먹이던 그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사랑이란 감정이 얼마나 오래 남을 수 있는지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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