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꿈이 뭐야?"
이 질문에 망설임 없이 대답했던 건, 단 한 번뿐이었다.
중학교 시절, 나는 "카피라이터"라고 말했다.
단 한 줄의 문장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게
그저 신기하고, 또 재미있다고 느꼈다.
글로 전하는 생각과 마음에 관심이 많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 말을 꺼낸 이후,
정작 ‘꿈’이라는 걸 진지하게 꿔본 적은 없었다.
그냥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어린 시절, 젊고 어렸던 엄마는 늘 부지런한 사람이었다.
내가 꼬꼬마였을 땐, 엄마는 아직 20대였고
내가 격정의 사춘기를 지나던 그 시절에도
엄마는 겨우 30대였다.
내가 기억하는 엄마의 작은 즐거움은
작은 냉장고 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음악,
그리고 종이 한켠에 조용히 끄적이던 글들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신문 한켠에
엄마의 짧은 글이 실리며 사은품이 도착했다.
또 지금은 사라졌지만,
제일제당에서 발간하던 사보 《생활 속의 이야기》에도
엄마의 글이 실린 적이 있다.
그때 엄마는 어떤 마음으로 글을 쓰셨을까.
어떤 장면을 기억하고, 어떤 감정을 눌러 적었을까.
이제 와 문득, 그게 참 궁금해진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는 분명 엄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것이다.
글을 쓰는 마음, 조용한 기쁨,
작은 것에 의미를 두는 습관까지도.
지금의 나는,
그때 라디오를 들으며 글을 끄적이던
젊은 엄마의 마음을 닮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마흔셋.
늦었다고만 생각했다.
이미 놓쳐버린 시간 위에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무심한 듯 던진 한 마디가
나를 조용히 깨워주었다.
“성아가 좋아하는 게 뭐야?”
“성아는 뭘 할 때 제일 즐거워?”
그 질문이,
고맙게도
내 마음을 다시 펴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