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벚꽃나무가 많은 일산에 살고 있어요.
봄이 오면 아이들과 함께 매년 기다리게 되는 게 있어요.
"팝콘나무에 꽃이 피는 날"이죠.
어릴 적, 우리 딸이 벚꽃을 보고 이렇게 말했어요.
“엄마, 저건 팝콘 나무야!”
그 말이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웠는지,
그 뒤로 우리 가족은 벚꽃을 팝콘나무라고 부르게 됐어요.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던 어느 오후,
아이들과 함께 집 앞 공원으로 나갔습니다.
팝콘나무 아래,
작은 웃음과 이야기들이 톡톡 터졌던 시간.
그 날의 공기가 지금도 마음 한쪽에 살짝 머물러 있어요.
공원에는 벚꽃을 바라보며 환히 웃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가득했어요.
그 사이를 지나 벤치 쪽으로 걸어가는데,
그 아래에 활짝 핀 보라색 제비꽃이 눈에 들어왔어요.
누구의 시선도 닿지 않을 듯한 돌바닥 틈,
그 작은 공간에서 제비꽃은 또렷한 보라색을 뿜어내며
당당하게 피어 있었어요.
왜 그렇게 씩씩해 보였을까요.
눈부신 벚꽃보다 더 강하고 단단해 보였달까요.
그 작은 꽃을 바라보는 순간,
왠지 모르게 응원을 받는 기분이 들었어요.
“나도 괜찮아, 나도 피고 있는 중이야.”
조용한 봄의 위로가, 그렇게 벤치 아래 피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