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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자 T 사춘기 딸 vs 대문자 F 엄마

3. 엄마, 오늘 저녁 뭐에요?

by 포카치아바타



하루에 한 번, 꼭 묻는다.


“엄마, 오늘 저녁 뭐예요?”


늘 그렇듯, 그 질문은 평온한 일상의 물결을 살짝 흔든다.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아뇨, 그냥 궁금해서요.”


“오늘 저녁은 불고기야~”


“…아. 낮에 급식으로 먹었는데요.”


"다른 거 먹고 싶은 게 있어?"


“그럼… 떡볶이요. 아니면 마라탕? 아님 치킨?”


…잠깐만.


그건 간식이지, 이 아니잖아..


아이를 키우며 가장 마음이 쓰이는 건,


사실 다른 게 아니다.


먹이는 일.


다 잘 먹이고 싶다.


편식 없이, 영양 균형 맞게,


무엇보다 ‘맛있게’.


아마 대부분의 엄마들도 비슷할 거다.


밥상이란 게,


그저 끼니가 아니라


마음을 담아 건네는 사랑의 표현이니까.







부모님은 이른 맞벌이로 집에 계시지 않았다.


그때부터 나는, 혼자 밥을 챙겨 먹는 아이가 되었다.


눈을 뜨면 밥상이 차려져 있던 시절.


학교에서 돌아오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해주시던 엄마는


더 이상 집에 없었다.


대신 냉동실에는 가득 찬 물건들.


돈까스, 피자, 라면, 두 판은 샀을 법한 계란,


그리고 김, 참치.


어느 날,


혼자서 냉동 돈까스를 구워보겠다고 프라이팬을 꺼냈다.


기름을 두르고 돈까스를 올렸는데,


기름 온도를 맞추지 못해 겉은 까맣게 타고,


속은 여전히 차가웠다.


집 안 가득 기름냄새와 연기로 뿌옇게 자욱했다.


어른도, 아이도 아닌


애매한 나이에 첫 시도했던 '혼밥'은 그렇게 실패로 끝났다.


그 이후로, 나는 냉동 돈까스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날의 냄새가 코끝에 맴도는 듯하다.






어쩌면, 그 시절의 내 기억이


아이들에게 밥 한 끼는 제대로 차려주자’는 다짐으로 이어졌는지도 모른다.


누군가 차려준 따뜻한 밥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나는 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처럼 따뜻하지 않다.


일하는 엄마에게


매 끼니를 정성스럽게 차리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몸은 지치고, 시간은 없고,


무엇보다…


차려준 밥을 아이가 안 먹는다.


정성껏 준비한 반찬 앞에서


“버섯 싫어하는 거 알잖아. 저건 어제 학교에서 먹었어”


하는 말이 날아올 때,


속으로는 ‘괜히 했나’ 싶다.



그러다 어느 날,


“오, 맛있네~” 하는 한마디와 함께


깨끗이 비워진 그릇을 마주하면,


그동안 쌓였던 섭섭함이


눈 녹듯이 사라진다.


그 순간,


속상했던 마음도,


혼자 끙끙대며 만들었던 시간도


스르르 풀려버린다.


엄마의 마음은, 그렇게 유리알처럼 되어간다.


쉽게 상하고, 쉽게 깨지지만—


그만큼 더 투명하고, 더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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