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간장을 태우다
by 포카치아바타
널 처음 만났을 때,
넌 작은 꽃봉오리였다.
어떤 고운 색을 품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을 만큼
꽁꽁 싸맨 작은 보자기 같았다.
날이 따뜻해지면
꽃이 핀다고 했다.
나는 기다렸다.
그사이
몇 개의 봉오리는 스르르 떨어져버렸다.
물을 주고,
햇빛 샤워도 시켜주고,
다시 기다렸다.
동백꽃을 좋아하지 않았다.
사실, 잘 알지도 못했다.
그저 내게 맡겨진 책임감이라 여겼다.
그런데,
마침내
붉은 속살이 고개를 내밀었다.
두근두근.
왜 설레는가.
나도 모르게,
너도 모르게,
정(情)이 들었다.
정(情)이 스며들었다.
애간장을 태우더니—
동백꽃, 네가 뭐라고
기다리게 하고,
속 타게 하고,
이토록 예쁜지.
괘씸했는데,
지금은
예쁘게 피어주길 바라게 됐다.
기다림 끝에
얼마나 행복해질지—
나는 이미,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