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동백꽃, 네가 뭐라고

애간장을 태우다

by 포카치아바타
20250412_105849[1].jpg

동백꽃, 네가 뭐라고


by 포카치아바타




널 처음 만났을 때,

넌 작은 꽃봉오리였다.


어떤 고운 색을 품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을 만큼

꽁꽁 싸맨 작은 보자기 같았다.


날이 따뜻해지면

꽃이 핀다고 했다.


나는 기다렸다.


그사이

몇 개의 봉오리는 스르르 떨어져버렸다.


물을 주고,

햇빛 샤워도 시켜주고,

다시 기다렸다.


동백꽃을 좋아하지 않았다.

사실, 잘 알지도 못했다.

그저 내게 맡겨진 책임감이라 여겼다.


그런데,

마침내

붉은 속살이 고개를 내밀었다.


두근두근.

왜 설레는가.


나도 모르게,

너도 모르게,

정(情)이 들었다.

정(情)이 스며들었다.


애간장을 태우더니—


동백꽃, 네가 뭐라고

기다리게 하고,

속 타게 하고,

이토록 예쁜지.


괘씸했는데,

지금은

예쁘게 피어주길 바라게 됐다.


기다림 끝에

얼마나 행복해질지—


나는 이미, 알고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대문자 T 사춘기 딸 vs 대문자 F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