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나비

에피소드6. 내가 아빠가 되줄게

by 포카치아바타

에피소드6. 내가 아빠가 되줄게


7대7의 화려했던 미팅.

나의 첫 연애는 그렇게 시작된 것이었다. '브라보콘 소녀'와의 운명적인 만남을 이어가기 위해 친한 친구들을 총동원했던 그 미팅이 모든 것의 발단이었다.

시덥지 않은 농담 한마디에도 세상 가장 즐거운 것처럼 깔깔거리며 웃는 소녀와 함께하는 시간은 마치 마법과 같았다. 그 환한 웃음을 보고 있노라면, 나조차 세상의 모든 걱정이 눈 녹듯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학교가 늦게 끝나는 나 때문에 우리의 데이트는 늘 어둑한 밤에 이루어졌다. 당시 고등학생들의 연애는 금기시되던 시절, 우리는 비밀스러운 암호가 필요했다.

소녀의 집 대문 앞에서 '소녀의 이름이 아닌 내 이름'을 작게 부르면, 이내 소녀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그리고는 혹시 누가 볼까 도둑고양이처럼 조심스럽게 대문으로 나오곤 했다. 그것이 우리 둘만이 아는 아름다운 비밀이자, 연애의 시작을 알리는 암호였다.

그러던 어느 날, 슈퍼 앞 평상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평소와는 조금 다른 표정으로 소녀가 입을 열었다.

"오늘 무슨 날인 줄 알아?"

"...? 아니...?"

"우리 아버지 제사야." "..."

이윽고 소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말을 할까 말까 하다가 그냥 하는 거야."

어린 마음에 아버지의 부재가 혹시 나에게 어떻게 비칠까 걱정했던 모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무거운 비밀을 나에게 털어놓아 준 것이 너무나 고마웠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불쑥 내뱉은 한마디.

"내가 아빠가 되줄게."

조금은 어색해진 공기 속에서 소녀는 해맑게 웃었다.

그리고 그날, 불쑥 내뱉었던 그 한마디가 소녀에게 내가 했던 평생의 약속이었음을,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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