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7. 탄탄대로를 벗어난 선택
에피소드7. 탄탄대로를 벗어난 선택
고등학교 3학년 시절은 모든 것이 순조로움 그 자체였다. 공부는 전혀 어려울 것 없었고, 선생님들의 총애를 받았으며, 친구들과도 두루두루 잘 지냈다. 이 모든 것에 더해 반짝이는 첫사랑까지, 그야말로 삶의 어느 한 구석도 부족함이 없었다.
소녀를 처음 만났던 지난 해의 차가운 겨울이, 어느덧 소녀와 함께 맞이하는 따스한 겨울로 바뀌어 있었다. 공기는 여전히 찼지만, 햇살만은 유난히 포근했던 겨울의 어느 날, 우리는 동네를 벗어나 남원 광한루로 첫 원정 데이트를 떠났다. 낯선 풍경 속에서 함께 웃고 즐기며, 시간은 꿈결처럼 흘러갔다. 얼마나 신이 났던지, 얼굴도 마음도 햇살처럼 반짝거리는 기분이었다.
그날 저녁, 돌아오는 기차 안. 창밖으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풍경처럼, 제 마음속의 폭풍이 닥쳐오고 있었다. 용기를 내어 소녀에게 속삭였다.
"나 오늘 대학 입학금 내는 날이야."
소녀는 그저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
나는 이어지는 말을 뱉어냈다.
"부모님께 말도 안 했어."
등록금을 내지 않는다는 것은, 대학 진학을 포기하겠다는 명백한 선언이었다.
소녀는 놀란 토끼 눈을 하고는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 그 눈빛에는 놀라움과 함께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섞여 있었다.
시골에서 도시로의 유학, 순조로웠던 고등학교 생활, 그리고 대학시험 합격이라는 탄탄대로.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길이 내 앞에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나는 왜, 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그런 선택을 했을까. 어쩌면 뒤늦게 찾아온 사춘기의 격렬한 반발심이었을지도 모른다. 부모님께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거부였을 거다. 나는 그저 부모님의 품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싶었다. 한 번이라도 그 품 안에서 진정한 따뜻함을 느꼈더라면, 결코 하지 않았을 선택이었다. 집은 나에게 기대만 가득한 채 숨 막히는 무거운 짐처럼 느껴졌으니까.
이 선택은 분명 내 인생의 모든 것을 뒤흔들었지만, 나는 후회하지 않았다. 다만, 이 모든 것에 책임져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아졌다는 것만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