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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첫 시작 - J커브의 시작은 미약했다

모두가 무시하던 엘리베이터 매체 사업에 뛰어들었다


네? 엘리베이터 매체요? 아... 네^^;


처음 선배A가 엘리베이터 매체로 이직 제안을 받았을 때, 선배의 반응은 딱 이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때는 포커스미디어라는 회사 이름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때였으니까요. 포커스미디어의 임원진을 만나 회사의 비전에 대해 듣고 이직을 결정한 뒤, 선배 A의 주변 반응도 똑같았습니다. 그야말로 ‘^^;;’였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와 플랫폼의 가능성을 믿고 뛰어들었던 선배A. 호기롭게 출근한 첫날, 선배는 당연스럽게 기대했던 인수인계도 받지 못하고, ‘일을 만들어서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말았다고 합니다. 네... 할당된 광고주가 없었거든요...


먼 옛날 일처럼 말씀드렸지만 불과 만 2년 전의 이야깁니다. ‘엘리베이터 매체’ 자체에 대한 인식이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옥외의 적폐는 모두 다 품고 있는, 소위 ‘짜치는' 매체라는 편견이 있었죠. 아무리 포커스미디어가 사업을 ‘제대로’ 하고자 한다 해도 이 시장에 대한 광고주들의 편견의 벽은 높기만 했습니다. 변화된 디바이스로 겨우 겨우 제안을 성사시켜도, 경영진 레벨에서 ‘그거? 해봤는데 구려. 하지 마!’라며 까이기 일쑤였죠. 심지어는 유상 집행 전 일단 경험해보시라는 의미의 ‘선투자’를 거절당하기도 했고요.


그런 말을 듣던 포커스미디어가, 요새는


드디어 우리도 포커스 미디어 집행하네요


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감개무량한 얘기죠. 재미있는 건 앞에서 말씀드렸던 ‘그거? 해봤는데 구려. 하지마!’라고 하셨던 브랜드도 지금은 저희 파트너가 되었다는 것. 임원 분 아파트에 저희 매체가 설치되면서, 달라진 시청환경과 콘텐츠를 느낄 수밖에 없었거든요! 그래서 이 감개무량(!)을 많은 분들과 나누고자, 저희가 했던 노력들을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소위 짜치는 매체에서 '요즘 잘 나가는 브랜드들이 꼭 하는 매체'가 되기까지의 이야기. (물론 아직 멀었습니다. 진짜 진지하게.) 저희의 고군분투 스토리가 지금 무언가를 바꾸려고 하는 당신에게도 절실했던 힌트가 되길 바라며!




뜻밖에도 처음 엘리베이터 TV가 만들어졌을 때는 굉장히 유망한 스팟이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한 공간에 일정 시간 머물고, 전파가 잘 통하지 않으니 시선을 끌 경쟁자도 거의 없었으니까요. 확실한 메리트입니다. 하지만 이 메리트 앞에는 넘을 수 없(어보이는) 4차원의 벽이 있었던 겁니다. 밀폐된 공간인 데다, 입주민들의 관리비로 운영되는 사유지이기에 불편이 되면 안 된다는 것.


스팟을 살리되, 입주민들에게 불편이 되지 않기 위해 당시의 업계가 택한 방법은 천장 구석에 설치하자! 였습니다. 아이러니하죠. 눈에 띄려고 광고를 하는 건데, 최대한 신경 쓰이지 않는 존재가 되려고 노력을 한다..? 효과적인 광고와는 멀게 느껴집니다.


입주민을 거슬리게 했다간 잡아갈 것이야


여기에 옥외광고의 기존 사업방식이 그대로 적용되어 상태가 악화됐습니다. 새로운 건물을 개발하는 사람, 광고주 영업, 콘텐츠 제작/송출에 전부 개별 회사가 협업 없이 각자 움직였습니다. 천장의 구석에 달린 매체 모양은 투박하고, 시간이 지나 옛날 일이 되어버린 광고가 나왔다가, 이 동네 사람들이 절대 갈 수도 살 수도 없는 광고주의 광고, 화면 비율이 찌그러진 광고가 나오다가... 하는 일이 보통이었습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입주민 입장에서는 (잘 보이지도 않지만;) 한 번 보더라도 매력 없는 겉모습에, 매력 없는 콘텐츠만 나오는 '별로'인 매체가 되는 게 당연하네요.


광고를 할 거면 잘 보이는 곳에, 진짜 볼만하게 만듭시다.


이게 진짜 안타까운 상황인 겁니다. 입주민들에게 거슬리지 않는다는 챌린지(넘사벽)만 넘으면 생활공간 플랫폼이 될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모두의 손에서 미끄러져 저 멀리 놓여버렸으니까요. 그래서! 포커스 미디어가 택한 변화는 두 가지였습니다. 잘 보이는 곳으로 가서, 진짜 볼만한 콘텐츠로 정면승부를 보자.


대표님이 맨날 하는 말입니다 '한번 가서 해보시라'


첫 번째 스텝은 매체를 천장 구석에서 '정면 시야'로 옮기는 작업이었습니다. 광고라면 눈에 띄는 곳에서 나와야죠.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설치할 수 없다면, 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장에 가서 어디가 제일 잘 보이는 곳인지 사람들이 편안하게 눈을 둘 때 머무르는 곳은 어디인지 관찰했습니다. 대개 시선의 끝을 그대로 두고 쉬고 (=멍 때리고) 있었죠. 문이 열리면 바로 나가야 하니 출입문을 보고 서있었고요. 그래서 거기로 정했습니다.


거기에 켜졌을 때나 꺼졌을 때나 보기 좋은 디바이스를 설치했습니다. 세로형 액자 타입으로 베젤은 최대한 얇게, 두께도 최대한 얇게 디자인했죠. 화질은 FULL HD보다 좀 더 좋게! 엘리베이터 어디에 서도 잘 보이도록 시야각은 179도까지. (제작은 외계인이 했습니다 원래 다 그렇잖아요?) 실시간으로 구매체에서 신매체로 바뀌는 걸 보았다는 당시 입주민(이자 사원은 아니었던) 선배 B에 의하면, 겉모습만 바뀌었는데도 '오 좀 볼만한데?'는 생각이 들었다네요. 디바이스부터, 그러니까 시청환경부터가 광고의 시작이었던 거죠.


시청환경의 일정한 품질 관리를 위해 매체 설치 조건도 규격화했습니다. 눈에 띄기 가장 좋은 위치로. 성인 평균 눈높이인 130~150cm에 설치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음량은 대화를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존재감은 알릴 정도가 좋겠죠. 일상적인 대화 볼륨 60db보다 약간 작은 50~55db 사이를 유지하도록 했습니다. 위치와 음량이라는 두 가지 조건을 만족시킬 수 없는 위치는 개발하지 않았습니다. 뭐, 너무 중요한 장소다! 그러면 설치하고 운영하되 거기에 나오는 광고는 돈을 받지 않고 서비스 매체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기로 했죠.


피땀 눈물... 미디어 제작팀의 마지막 숨을 다...! 갈아 넣은 포커스 미디어 신매체입니다.


여기에 매체 설치 조건을 한 가지 더 정했습니다. 타겟 세분화 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개발 지역을 '서울 생활권'으로 한정한 것입니다. 서울과 서울로 출퇴근이 가능한 지역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포커스 미디어만의 시그니쳐 상품으로 발전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엘리베이터를 사용하는 다양한 건물 중 '아파트'를 타겟으로 잡았습니다. 정체성이 모호한 건물이나 오피스는 쿨하게..! 포기했습니다. 일단은요.


물론 궁극적인 목표 타겟은 서울생활권의 아파트에 국한되지 않을 겁니다. 그 이상이죠. 하지만, 개발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도 개성 있는 상품을 먼저 만들기 위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매체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지금 상황에서 뼈를 깎는 정도의 환골탈태가 아니면 돌파구를 찾을 수 없었으니까요.




그럼 이제 남은 건 뭘까요. 한 번 볼까? 하는 시청환경, 봤을 때 광고 효과 있는 coverage를 확보했다면? 괜찮은 콘텐츠를 내보내는 일이 남았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세련된 콘텐츠를 뽑아내기 위한 고군분투와, 언제 봐도 찰떡같은 콘텐츠를 송출하기 위한 집착맨들의 이야기를 다룰 예정입니다. 잘 따라오세요!



다음 글 : 당신의 15초를 위해서라면



ⓒ정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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