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한 희열이 느껴지는 말들
'1등이 아니어도 괜찮다'
'과정이 중요한거야'
위로되고 힘이 나는 말들이지만 내가 일하는 현장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오직 1등만이 인정받고, 1등이 아닌 2등 3등은 패배의 쓴 맛을 봐야하는 곳이 바로 이 경쟁PT의 세계이다.
10년 가까이 프레젠터(PT를 전문적으로 하는 직업)을 하면서 많은 승리와 패배를 경험했다.
1점이 아닌 0.01점으로 패배한 적도 있었는데, 점수가 잘못된건 아닌가 하고 계산기를 몇 번 두드리며 점수 계산을 했던 기억이 난다.
0.01점으로 승패의 당락이 결정되는 세계인만큼 모든 전형이 끝나기 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고, 나는 늘 PT에서만큼은 지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무대에 선다.
이번에 했던 PT도 그랬다. 아니, 조금 더 비장했다.
입찰을 주관하는 쪽에서 PT가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나는 무조건 잘해야했고, 끝나고나서 인정받을 만한 PT를 보여줘야 했다.
그런데 매 PT가 그렇듯, 시간과 상황은 늘 촉박하게 돌아간다.
이번에 최종 자료를 받은 시간은 밤 11시,
사전 리허설까지 24시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 완벽한 PT를 준비해야했다.
내용을 미리 숙지는 했지만, 자료와 흐름을 맞추고 스토리를 잡으면서 진행하려니 도통 진도가 나가질 않았고 짧은 시간에 스트레스를 참 많이 받았다. 스토리를 만들면서 멘트를 썼다 지웠다 하면서 오랜 시간을 보냈고 사전 리허설을 몇 시간 남기지 않은 상황에 실전 연습을 시작했다. 입에 잘 안붙는 용어와 흐름들 때문에 연습이 순탄치는 않았지만, 하다보니 '이제 알겠다, 이건 이거다' 하는 느낌이 들었다.
내 PT를 한번도 못 본 분들이어서 더 긴장한 마음을 가지고 리허설을 시작했다. 걱정과는 달리, 연습 때 막혔던 부분도 부드럽게 넘어가고 오히려 더 풍성해진 내용들로 리허설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리허설이 끝나고 고객의 반응은 어땠을까?
이 말 한마디에 그간의 긴장과 압박감이 눈 녹듯 사라졌고, 내가 준비한 내용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이 들었다.
리허설이었지만 해.냈.다.
내일 있을 실전PT만 성공적으로 진행하면 된다.
집으로 돌아가 리허설 때 받은 내용들을 추가해 몇 번이고 연습을 했고, 다음날 출발 전에 다시 연습을 했다.
가끔 "연습을 몇번이나 해야해요?"라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는데, 사실 횟수에는 답이 없다.
연습을 했는데도 '아 불안한데..' 하는 마음이 들면 100번을 연습했더라도 다시 시작해야한다.
'됐다' 하는 마음이 들 때까지 해야하고, 됐다는 생각이 들어야 실전에서도 연습만큼 해낼 수 있다.
짧았지만 치열하게 준비했던 이번 PT,
과연 실전에서도 해냈을까?
완.전.히.해.냈.다
이번에 함께한 고객사 대표님께서 클라이언트가 뒤에서 따로 이런 얘기를 했다며 내게 전해주셨다
PT가 끝난 뒤에 이어지는 좋은 평가와 값을 매길 수 없는 성취감,
내가 이 일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아닐까.
모두가 기대해주고 믿어준 만큼 내 몫을 했던 또 한 번의 PT,
다음주에도 내게 주어진 시간을 해낼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