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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말랭 Feb 05. 2024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복이라, 복이라

병원에 갔다. 생각보다 사람이 별로 없었다. 진료는 예상보다 일찍 끝났다. 어디로 갈까 부슬비가 내리는 인도 한가운데서 집을 잃어버린 아이처럼 서 있었다. 몸에는 알 수 없는 떨림이 전해졌다. 두 발은 좌우로 가만두지 못했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 두 눈에 눈물이 고였다.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의사의 마지막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복이라. 복이라. 읊조리는 사이 버스승강장에 도착했다.​


버스 승강장 안내기를 보고 있는 사이에 내 버스는 떠나버렸다. 그렇게 십 분을 더 서 있고 나서야 집에 가는 버스가 도착했다. 서둘러 자리를 잡은 후 창밖을 바라보았다. 비가 조금은 그쳐 있었다. 그만 울으라는 듯이. 낮은 감정이 기저에 깔려있는 사람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이런 감정 기복에 수없이 당했으면서 역시. 그렇다는 듯 또 당해버리고 만다. 밥이나 먹어야겠다. 속이 허해서 더 이런 걸지도. 밥맛은 없지만 속이라도 채워지면 괜찮아질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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