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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말랭 Feb 09. 2024

겪어보지 않으면 몰라요

머리가 아플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합니다. 누가 총으로 관자놀이 쏜 거 같은데. 총 맞으면 이런 기분일까. 눈알까지 뻑뻑해져 오는데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뇌랑 눈알을 뽑아 씻고 싶은 심정이에요. 보통 두통이 있다고 하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요. 약 먹어. 좀 쉬어. 스트레스 받았니. 뭐 다 듣던 말이고 스트레스성도 맞습니다.


그러나 두통의 종류는 굉장히 많습니다. 의학적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것도 있고요. 엠알아이, 시티까지 찍어봤는데 정상이면 원인은 알 수 없습니다. 그냥 안고 가는 겁니다. 의사는 우스갯소리로 산속에서 살라고 합니다. 스트레스 없이 편하게 살라는 의미겠지요. 그게 위로가 되진 않습니다. 본인들도 어떻게 해줄 수 없다는 말이잖아요.



두통이 오면 보통 전조증상이 있는데 저는 눈알이 뻐근해지면서 빛을 보지 못합니다. 통증이 심해지기 전에 얼른 약을 먹어야 해서 항상 가지고 다녀야 하고요. 약을 먹어도 안 듣는 날이면 방에 이불 뒤집어쓰고 누워있어야 합니다. 빛과 소리, 냄새에 예민해지는 공포증이 생기거든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몰라요. 평소에 못 맡던 온갖 냄새가 다 나고 작은 소음조차 들을 수 없어요. 누가 아프다고 하면 다른 말 보태지 말고 그저 쉬게 해주세요. 나 이렇게까지 아프니 좀 쉬고 싶다고 말하기에 이미 몸이 너무 힘들거든요. 끙끙거리고 있다면 그로서도 많이 노력한 거예요. 근데 이게 비단 두통 뿐이겠어요. 모든 일은 겪어보지 않으면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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