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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말랭 May 26. 2024

누구도 알리 없다.

내 방 창문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빗소리는 유난히 좋다. 창문을 활짝 열어 눈을 감고 들었다. 비는 나를 저 아래로 흐르게 하지만 소리만은 참 좋다. 방에 조명 하나를 켜두니 벽에 무릎을 구부리고 앉아있는 내가 비친다. 바람이 훅 들어오자 오도도 팔에 소름이 돋았다. 모공을 따라 비죽 솟은 피부를 보며 다시 한번 소름이 돋았다. 나의 꿈은 하나. 잠자듯 눈 감고 숨 쉬다 조용히 가는 것. 책상 위에 구겨진 만 원짜리 세 장은 소용이 없다. 손톱 위의 반짝이는 매니큐어를 한 애가 손가락으로 쓰고 있는 말이라고는 이런 말뿐이라는 걸 누구도 알리 없다. 아무것도 나에겐 소용이 없다. 오늘 밤 자다 가고 싶다. 빗소리는 조용히 나를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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