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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말랭 Aug 23. 2023

글을 계속 써야 하는 에세이라는 숙제 안에서

책이 나올지 안 나올지도 모르지만



출판 제의로 요즘 에세이를 쓰고 있다. 매일 무거운 노트북을 들고 다니려니 죽을 맛이지만 그래도 매일 한 편이라도 써야 하니 어쩔 수 없다. 덕분에 왼쪽 어깨에는 빠알간 자국이 생겼다. 영광의 상처가 될지, 헛된 노력의 결과가 될지 모르겠지만. 만일 책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브런치에 올릴 생각이다.


기회가 왔을 때 잡았지만 이게 잡았다고 말해도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까 말했다시피 책으로 나올지 안 나올지 모르기 때문. 쓸 만큼 썼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분량 채우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웃긴 게 이만하면 다 쓴 것 같은데 하는데도 다음 날 자고 일어나면 쓸 이야깃거리가 생겨난다. 글과 책에 있어서 만큼은 욕심 있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조급해져서 빨리 써서 제출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저번 주에는 서점에 가서 요즘 에세이 트렌드를 파악하기도 했다. 트렌드는 알겠고, 작가마다 책을 구성하는 스타일도, 문체도 다 달라서 그 부분을 유심히 봤다. 책 페이지의 구성도 생각보다 다양해서 보는 맛이 있었다. 나도 저렇게 책을 내고 싶다 생각이 들었던 책도 있었다. 평소 사고 싶었던 작가의 책도 선물 받아 잘 읽고 있다.


아무튼 책도 읽고 글을 쓰며 노트북 앞에 있는 시간이 늘어가고 있는 중이다. 어떤 사람은 궁둥이만 붙이고 앉아 있으면 글감이 나올 거라고 말한다. 그 말도 맞다. 그런데 어느 정도 쓴 시점에서 이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도 알게 되는 것 같다. 그냥 길을 걷다, 엘리베이터를 타다, 화나다가 불쑥 써야 할 이야깃거리들이 나온다. 그럴 땐 얼른 메모장을 켜 키워드를 써둔다. 그리고 그 기억으로 글을 쓴다.


에세이를 쓰면서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밝혀야 할 때도 많다. 그럴 때면 저절로 내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를 생각해 보게 되는데 그래도 내 삶에 고통만 있지는 않았구나, 내가 했던 모든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구나를 깨닫게 된다. 누가 그랬듯 모든 시간은 헛되지 않았다. 그 시간들이 나를 만들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나의 삶도, 나의 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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