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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말랭 Oct 05. 2023

차 사고를 목격하고야 말았다.

안전벨트를 잘합시다.


오늘은 유난히 짐이 많은 날이었다. 버스를 타려다가 택시를 잡았다. 하필 오늘 내 앞 차에서 교통사고가 났다. 머리부터 튕겨져 나가는 사고자의 모습을 보고야 말았다. 난 항상 택시를 탈 때 안전벨트를 맨다. 오늘따라 짐이 많아 맬까 말까 하다가 안 맸던 오늘. 앞 차에서 사고가 나버렸다. 나도 모르게 소리를 헉 질렀다. 그리고 바로 안전벨트를 착용했다. 정신없는 부상자, 더불어 정신이 없는지 머리를 부여잡고 나오는 운전자. 그 옆 인도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통화를 하는 한 아주머니,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걸어가는 행인들의 모습들, 블랙박스를 고쳐 만지는 택시 아저씨까지  카메라에 찍은 듯이 기억에 남아있다. 운전자와 부상자, 그들을 부지런히 병원으로 이동했으리라.


평범한 일상을 보내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도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겠구나. 우리 집 옆에 큰 병원이 하나 있고 장례식장이 바로 옆에 있는 데 그곳을 볼 때면 항상 사람이 차고 넘친다. 그 모습을 볼 때면 기분이 이상해진다. 병실에는 사경을 헤매는 사람도 있겠지. 크고 작은 병들로 병실에 누워있는 사람들이 참 많겠지. 자주 갈 일은 없지만 대형 병원에 가면 아픈 사람들이 왜 이리도 많은지. 참. 그때마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든다. 아무렴 건강이 최고지. 하면서도 자꾸 일이 틀어지거나 불만이 생기면 토라지는 게 사람 마음인데 그 사람들 앞에서 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 그저 건강이 최고라는 소리밖에 하지 않겠지. 나의 토라짐과 언짢음은 그들에게 아무것도 아니겠지. 눈앞에 날아다니는 모기 하나쯤이겠지. 잡으면 그만인.


의외의 상황을 목격하고 적잖이 놀랐다. 그리고 이런저런 생각을 해본다. 평소에는 안전벨트를 잘만 매면서 하필 오늘 안 한 나를 따끔히 혼내보기도 하고, 항상 주변을 잘 보며 횡단보도를 건너야겠다는 생각. 눈앞에서 보니 아찔했다. 그리고 대수롭지 않은 일에 쉬이 마음 쓰지 말자는 생각까지 더불어. 건강 없이는 토라지지도 못한다. 이렇게 글이나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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