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뿌린 대로 거둔다

오늘 장사는 접으려 했는데

by 현말랭


인스타그램 팔로우하시면 레귤러메이커의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

https://instagram.com/regular_maker?igshid=OGQ5ZDc2ODk2ZA==


한 달이 제일 빨리 갈 때가 언제인 것 같냐고 묻는다면 버스카드 정기권 충전해야 할 때. 버스에 올라탔는데 "이미 만료된 카드입니다."라는 소리가 울려 퍼질 때. 오늘 아침이었다. 벌써 충전할 때가 다 됐어? 하며 주섬주섬 체크카드를 꺼내 버스비를 내고 버스에 올라탔다. 출근길 매일 똑같은 노래를 들으며 여느 때와 같이 가게에 도착했다. 가게로 올 수 있는 길은 총 네 골목. 네 골목 중 세 골목을 위쪽에서 공사하느라 다 막아놨다. 손님이 접근할 수 없는 구조였다.

나는 대문의 클로즈를 오픈으로 올리며 창문 앞에 서서 공사판을 빤히 쳐다봤다. 우리 가게 앞까지 도로를 뒤엎었다. 심지어 큰 덤프트럭이 모래를 싣고 오더니 우리 가게 앞에 모래를 산더미처럼 쌓아뒀다. 심란했다. 오늘 장사 접어야 하나.


일단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하자며 노트북을 켰다. 오늘은 부업이 두 건이나 있었다. 이건 좋았다.(부업비는 후에 소모품을 쓰는 데 사용되었다.) 열심히 글을 쓰며 집중하는데 슬 열받는 거다. 우당탕 공사장 소리와 우리 가게로 오려다 다시 돌아가는 손님의 뒷모습을 보자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가서 공사가 언제 끝나는지 물어봤다. 사전에 예고도 없이 이렇게 공사하는 게 맞는 거냐며 되물어보기도 했다. 우리에겐 손님 하나가 귀한데 말이야. 관계자는 무슨 배관 문제 때문에 이렇게 공사가 커질 줄 몰랐다며 미리 양해를 구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에휴, 됐다 싶었다. 추운 날 고생하는 사람 붙잡고 어떻게 되는 거냐느니 말해봤자 무슨 소용이랴. 죄송하다는 말을 듣고 있자니 오히려 내가 더 미안해지기도 했다.


그냥 오늘은 마음을 비우고 장사는 포기하자, 고생하시는 분들 커피나 드리자 하며 점심 즈음 커피를 돌렸다. 다들 좋아하셨다. 그냥 오늘은 이걸로 됐다 싶었다. 하루 장사 안 된다고 죽기야 하겠나 싶었다.


얼마 후에 공사장 사람들이 가게에 우르르 들어와 커피를 시켰다. 의외의 소득이었다. 공사장 측에서도 미안한지 커피를 사 먹으러 온 모양이었다. 정성껏 커피를 내렸다. 커피 맛이 좋았는지 금세 동이 났다. 다시 리필을 해드렸다. 오늘 장사는 포기하고 일찍 집에 가려고 했는데.


참, 가게를 운영하다 보면 별 일도 다 생기고,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을 실감한다. 한 명의 고객에 충실하고 단골손님에게 서비스를 주면 소문도 내주시고 더 자주 와주신다. 오늘은 마이너스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덕 본 날이었다. 근데 이 공사가 언제 끝나는지는 모른다는 거. 내일도 모르겠다. 내일도 마음을 비워야겠다. ​​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8 제 첫 월급이 많이 궁금하셨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