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감성의 추억

by 밑줄긋는여자

집주변 아파트단지에 토요일마다 장이 선다.

오랜만에 구경을 갔다가 튀밥을 튀겨주는 뻥튀기 차를 발견했다.

어렸을 때에 뻥튀기아저씨가 뻥이요~ 하고 신호를 주면 귀를 꽉 틀어막았던 기억이 새록새록했다.

지금은 마트에 가면 손쉽게 뻥튀기를 사먹을 수 있다.

모든 것이 대량생산되는 시대. 떡을 고슬고슬 잘 말려서 뻥튀기 아저씨가 오는 날을 기다려 뻥튀기를 하러 가던 추억도 어느덧 희미해져가고 있었다.

오랫만에 쌀을 가져다 뻥튀기를 했다. 가격은 오천원. 예전엔 삼천원이었는데 물가도 시간에 따라 많이 오르긴 했다.

그래도 뻥튀기를 해놓고 보니 그 엄청난 양에 만족스러웠다. 식당에서 많이 쓰는 철깡통에 든 케첩깡통 하나가득 쌀을 넣어 튀겨주신다.

10분정도 기계에서 돌리고 뻥!하는 소리와 함께 하얀 쌀알들이 힘차게 쏟아져나온다.

정말이지 그리운 모습이었다. 아직도 이러한 예전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어쩌면 참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것이 변화했다.

핸드폰이 생기고 MP3가 생기고 모든 것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해가버리면서 예전의 것이 많이 잊혀져갔다.

친구가 직접 써주던 손편지도, 카세트테이프도, 오락실도 점점 사라져간다.


그래서일까. 요새는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예전을 추억하는 내용이 흥행하기도 한다.


영화 '건축학개론'중에서

국민첫사랑'수지'를 탄생시킨 '건축학개론'은 곳곳에 아날로그 감성이 묻어난다. 극 중 승민과 서연은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만나는데 교수는 학교에서 자기집까지 가는길을 지도에 표시하고 사진을 찍어오는 과제를 준다. 지금 같으면 구글지도나 로드뷰에 표시했겠지?

주인공들이 옛정취가 물씬 풍기는 골목과 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모습은 왠지 편안하고 그립다.


그만큼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신기술과 디지털화를 우리는 반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 불편했지만 조금 더 여유있고 즐거웠던 과거를 그리워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함께 CD플레이어를 듣는 두사람 '건축학개론'중에서

또 하나 인상적인 장면은 여주인공이 남주인공에게 이어폰을 건네며 함께 CD플레이어를 듣는 장면이다. 김동률 노래가 나오는데 절로 아련한 감성이 묻어난다.(엄격히 따지자면 CD도 디지털이지만 감성만은 아날로그니까)


얼마전 남편의 묵은 짐을 정리하다 CD플레이어를 발견했다. 십 년도 넘게 지났지만 여전히 잘 작동됐다. 오랫만에 CD를 꺼내 들으니 내 나이가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지금 핸드폰과 구글이 없는 삶은 상상조차 어렵지만

확실히 나는 아날로그 감성이 좋다.(나이가 들었다는...거겠지. 하하...)


내 글에 들어가는 그림도 손그림이다. (물론 컴퓨터로 그릴 줄 몰라서기도 하지만^^; )촌스럽고 번거롭지만 연필로 사각사각 그리고 색연필로 슥슥-칠하는 손의 느낌이 꽤나 좋다.


인셉션과 인터스텔라의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도 디지털 대신 필름으로 촬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CG가 아닌 세트를 만들어서 하는데 인터스텔라의 그 넓은 옥수수밭까지 세트였다니 어지간히 아날로그 감성을 고집하는 감독인 것 같다.


내가 더 나이를 먹고 나의 다음 세대가 세상을 살아갈 때쯤에는 CD플레이어나 뻥튀기아저씨의 모습은 보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세대가 변하면 이런 아날로그적 유물들이 과거에 존재했었다는 것은 그저 우리가, 부모님 어렸을 적에 감자를 삶아먹고 나라에서 나온 정부미로 보릿고개를 이겨냈다라는... 아득하게 들리는 추억의 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수 있을 것이다.


직접 경험하지 못하면 그 느낌을 공유할 수는 없다. 이해는 하더라도 공감은 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이 아쉬웠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어가는 세상 속에서 시간이 정지된 듯 멈춰있는 아날로그가 더 소중하게 여겨진다.


그럼 오늘은 자기 전에 CD플레이어로 음악을 청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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