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밑줄긋는여자입니다:)
2019년도 환하게 밝아왔는데요. 다들 한 해의 계획은 세우셨나요?
올해는 꼭 사랑을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으신 분들이라면 사랑의 깊이를 담고 있는 영화 한 편 어떠신가요?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의 리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위 리뷰에는 주관적 견해 및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2008년작, 스티븐 달드리 감독 작)기본정보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는 10대 소년 마이클과 30대 여인 한나의 사랑을 다룬 영화입니다. 하교길에 몸이 아파 힘들어 하던 마이클은 우연히 한나에게서 도움을 받게 됩니다. 그 인연을 계기로 마이클은 한나와 사랑에 빠지게 되죠. 영화는 이 비밀스럽고도 은밀한 두 사람 사이의 사랑과 감정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단순히 노출이 심한 영화다?' 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독일어권 소설 최초로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만큼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2009년 개봉 당시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이기도 합니다.
2. 10대 소년과 30대 여인의 사랑
10대와 30대의 사랑이라고 하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파격적이다? 말도 안된다? 반 윤리적이다? 분명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가 품고 있는 사랑이야기는 평범하지 않습니다. 소재 자체가 충분히 사람들의 흥미를 끌거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 수도 있죠. 그것도 남자가 연상이 아닌, 여자가 연상이기에 사회적인 통념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단순히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두 사람의 사랑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는 않습니다.
비가 오는 날, 몸이 아팠던 소년은 자신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아무렇지 않은 듯 자신의 토사물을 치우고 괜찮아 질거라며 안아주는 한 여인을 만나게 됩니다. 엘리트적이고 딱딱한 가정 환경 속에서 자랐던 그는, 자신을 아무렇지 않게 덤덤히 받아주는 한나라는 여인에게 무조건적으로 빠져들게 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소년은 한나의 곁을 기웃거리기 시작하고 한나는 그런 소년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됩니다. 어떠한 사랑의 밀어나 감정낭비 없이 덤덤하게 그리고 거침없이 시작되는 사랑입니다. 한나는 마이클에게 책을 읽어 달라고 말합니다. 그들의 은밀한 관계처럼 마이클이 읽어주는 글자들은 한나에게 울려퍼지며 서로 깊이 빠져듭니다. 소년 마이클은 그 후로 한나를 만나기 위해 아직 회복하지 않았다는 의사의 말도 듣지 않고 학교를 가겠다고 우깁니다. 그리고 늘 학교가 끝나자 마자 한나의 집으로 달려가죠. 태어나 처음으로 마음에 품은 사랑이기 때문일까요? 한나와 여행을 가기 위해 아끼던 물건까지 팔 정도로 마이클은 그녀에게 마음을 다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마이클에게는 변화가 찾아옵니다. 또래 친구들 중에 호감이 가는 여학생이 나타나게 된 거죠. 마이클은 함께 어울리자는 친구들의 제의를 뿌리치고 한나의 집으로 가지만 한나는 마이클이 이전처럼 성의 있게 그녀를 위해 책을 읽어주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결국 한나는 자신의 집을 비우고 홀연히 마이클의 인생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3. 그녀의 비밀, 그리고 책 읽어주는 남자.
한나는 마이클이 학교에서 배우는 문학책을 빌려준다고 하자 직접 읽어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들은 후 그녀는 그와 섹스를 하죠. 한나는' 마이클과 함께 하는 시간동안 그가 들려주는 얘기들을 들으면서 그에게 안겨 울기도 하고, 즐겁게 웃기도 합니다.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는 제목처럼 한 소년이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책을 읽어주는 것에 중요한 상징과 의미가 있습니다. 한나는 한사코 자신 스스로가 책을 읽지 않습니다. 그리고 함께 한 여행에서도 메뉴판을 내미는 마이클에게 니가 알아서 시켜달라고 합니다. 그것이 바로 그녀의 비밀입니다. 한나의 표정을 보고 관객 모두가 알지만 마이클은 알 수 없는 비밀. 바로 그녀가 글을 읽지 못한다는 겁니 다. 이 비밀은 한나가 마이클 곁을 떠나고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됩니다.
8년 후 마이클이 법대생이 되어 재판 참관을 갔을 때 그는 한나를 만나게 됩니다. 바로 나치 전범에 대한 재판의 피의자로 말이죠. 한나는 유태인 수용소에서 여성 수감자들을 감독했던 죄목으로 처벌을 받을 위기에 처합니다. 다른 감독관들은 죄를 부인하며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보고서를 한나가 작성했다며 책임을 떠넘기려 합니다. 필체를 대조하기 위해 글을 써보라는 재판장 앞에서 한나는 자신이 썼다며 인정해버리고 맙니다. 그리고 마이클은 그녀에게 책을 읽어주던 것과 그녀가 글을 읽은 적이 없다는 것을 떠올리고 한나가 글을 읽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마이클은 자신이 그 사실을 밝히는 것이 그녀의 죄를 가볍게 하는 지에 대해 고민합니다. 그러나 그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결국 한나는 관리책임자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맙니다. 대신 마이클은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한나에게 책을 읽은 음성을 녹음해 감옥으로 보내기 시작합니다. 다시 그녀의 책 읽어 주는 남자가 된 거죠. 과연 마이클은 그녀가 죄를 뒤집어쓰면서 지키려했던 그녀의 비밀을 지켜주고 싶었던 것일까요? 아니면 의도했던 아니던 나치에 동조했던 그녀에 대한 면죄부를 주지 못했던 걸까요?
4. 그것은 사랑이었을까. 아니면...
두 사람의 사랑을 보고 있으면 명료하게 설명할 수 없는 여러 복잡한 감정들이 밀려듭니다. 10대 소년은 순수한 호기심과 열망으로 그녀에게 빠져듭니다. 그리고 그녀를 위해 친구들과의 시간을 포기하고 매일 그녀를 보러 갑니다. 그러나 너무나 순수했던 열망은 시간 앞에서 색이 조금씩 바래갑니다. 그녀를 위해 감정을 실어 읽었던 문학작품은 어느새 감정을 잃어갑니다.
그녀는 담담하고도 망설임없이 소년을 받아들입니다. 그녀는 소년과 농염하고 적극적인 사랑의 행위를 하면서도 그녀 특유의 고집스러움이나 딱딱함은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소년과 사랑을 나누었어도 소년 앞에서는 "넌 내게 아무 의미도 없어!"라고 그를 상처입히기도 합니다. 그리고 소년이 자신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느낀 순간 그 곁을 떠나고 말죠.
그러나 두 사람의 인생에서 서로의 존재는 엄청난 무게였다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소년은 법대에 들어가 다른 여인과 관계를 맺고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소년시절에 함께 지냈던 한나라는 여인의 그늘 아래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아이를 낳았지만 이혼을 하고 혼자 지내고 있죠. 또한 하나 뿐인 딸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하고 있습니다. 소년시절 유일하게 마음을 열고 온 몸으로 소통했던 '한나'라는 여인에게 영혼까지 지배를 받은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한나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년이 자신의 물건을 팔아 함께 자전거 여행을 떠났을 때 그녀의 표정은 그저 사랑을 하고 있는 여자, 그 자체의 모습입니다. 그녀가 제복을 입고 딱딱하게 일을 하고 있을 때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죠. 감옥에서도 마이클이 보내준 음성테이프를 듣고 쪽지가 오지 않았는지 물어보고 스스로 글을 공부하기 시작하는 장면을 보아도 그녀에게 마이클의 존재 역시 엄청난 의미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랑은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의 인생을 지배합니다. 사람에 따라 사랑을 정의하는 방식도 받아들이는 방법도 서로 다를 수 밖에 없죠. 10대 소년 마이클과 30대 여인 한나가 서로 사랑했는지는 영화를 보는 여러분이 판단해보시기 바랍니다.
5. 수위 높은 장면, 시대를 관통하는 깊이
이 영화의 수위는 꽤나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파격적인 소재만큼 어린 소년과 성숙한 여인의 정사장면을 농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여배우 케이트 윈슬렛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이 돋보이는데요. 가슴 뿐만 아니라 전라의 모습을 보여주며 열병과 같은 사랑을 온몸으로 표현합니다. 케이트 윈슬렛은 결국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하죠.
하지만 이 영화의 진짜 매력은 수위 높은 장면에 있지 않습니다. 그것보다는 오히려 시간의 흐름과 시대적 상황에 휩쓸려가는 두 남녀의 감정을 세밀하게 쫓아가고 있습니다. 소년으로서 처음으로 사랑을 앓게 만든 대상에 대한 순수한 열망부터 관계가 계속되고 주변 상황이 바뀌어가면서 갈등하는 모습을 사실적이면서도 담담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치 전범의 재판장에서 보게 된 그녀에 대한 안타까움과 분노가 뒤섞인 감정을 드러냅니다. 영화는 단순히 사랑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2차 세계대전이라는 시대상황 아래 주인공들의 행동에 대한 질문을 던져줍니다. 고집스럽고 성실하게 자신의 일을 했던 한나는 사무직 발령을 앞두고 유태인 수용소인 SS로 옮겨가게 됩니다. 글을 몰랐던 그녀는 일이 필요했고 수용소의 경비원으로서 그저 자신의 일을 했을 뿐입니다. 질서를 유지하는 일과 수용소 방을 비우기 위해 여자들을 선발하여 죽음에 이르게 했지만 그녀는 그것이 자신의 일이었고 묵묵히 처리했습니다. 나치전범재판에서도 다른 이들과 다르게 순순히 자신의 행동을 고백합니다. 그리고 묻죠. "제가 취직을 하지 말았어야 하나요? 재판장님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라고. 수용소를 감독하는 일을 단순히 직업으로 여기고 성실히 일한 한나를 보며 우리는 누구에게 죄를 물어야 할 지 고민하게 됩니다. 마이클 역시 나치 전범으로 복역생활을 하는 한나에게 스스로도 쉽게 면제부를 주지 못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녀를 이해하고 안타까운 심정으로 그녀를 이해하려 애를 씁니다. 과거 수용소를 찾아가거나 한나가 있는 구치소에 갔다가 만나지 않고 도로 나와버린 것들이 그러한 고뇌를 표현해주고 있습니다.
6. 비하인드 스토리 "섹스 장면을 위해 3년을 기다린 소년"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에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습니다. 바로 캐스팅 된 남주인공 '데이빗 크로스'의 이야기입니다. 크로스는 이 영화에 15세에 캐스팅이 됐었지만 미성년이었기 때문에 베드신을 촬영할 수가 없었던 겁니다. 결국 3년을 기다려 크로스가 18살이 됐을 때 비로소 베드신을 촬영했습니다. 그만큼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로 깊고도 풍부한 사랑의 감정이 표현된 것 같습니다.
7. 깊은 여운... 그리고.
영화의 결말 역시 깊은 여운을 담고 있습니다. 한나는 결국 나치전범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을 복역하게 됩니다. 마이클은 그런 그녀를 위해 책을 읽은 음성테이프를 그녀에게 보내기 시작하죠. 그렇게 10년의 세월이 지나고 그녀의 출소일이 다가옵니다. 보호자가 없다며 한나의 출소 이후 돌봐줄 것을 부탁받게 된 마이클은 드디어 그녀를 만나러 갑니다. 소년과 30대 여인이었던 두 사람은 이제 중년과 노년의 얼굴로 서로를 마주보게 됩니다. 여전히 한나는 마이클을 "꼬마야..."라고 부릅니다. 두 사람의 만남 이후 한나의 선택은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세월을 관통하며 서로의 영혼을 지배했던 두 남녀가 만들어내는 결말의 아릿함은 영화를 보며 직접 느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