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자유자는 스스로 자신을 자유롭게 해야한다
우리의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시간의 자유를 꿈꾼다. 그러기에 더 같은 시간을 쓰더라도 더 많은 연봉을 받는 직장, 더 많은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워라벨의 일자리, 그리고 시간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사업가나 프리랜서가 되려고 한다.
시간을 스스로 설계한다는 것은 무척 매력적인 일이다. 여느 직장인처럼 9to6(9시에 출근하고 6시테 퇴근하는 것)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고 내가 일을 쉬고 싶다면 일을 잡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시간의 자유가 주어지면 이상하리만큼 더 시간에 얽매이게 되는 경우도 흔하다.
내가 프리랜서가 된 후로 그리고 아이를 낳은 후에는 더욱 더 일을 적당히 하고 더 많은 시간을 원하는 것에 몰입할 자유, 그리고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에 쓰고자 목표를 정했다. 한 달이라면 10일 전후로만 일하자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막상 강의요청이 오면 거절하지 않고 일을 잡는 경우가 많았다. 때로는 한달 중 20일 이상을 일하기도 했다. 주말을 제외하고나면 직장인과 다를 바 없는 빡빡한 스케줄이었다. 게다가 강사라는 일의 특성상 교안을 만들고 자료를 검색하는 시간이 강의시간 외에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에 한달에 20일 이상 일을 한다는 것은 직장인보다 더 많은 시간을 업무에 쓰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러나 그 버릇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영화 ‘쇼생크탈출’에서 브룩스라는 인물이 나온다. 50년간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던 브룩스는 가석방이 결정되자 사고를 쳐서라도 석방되지 않으려고 애쓴다. 교도소의 익숙한 시간들이 바깥세상의 자유보다 심리적 안정감을 줬던 것이다. 결국 가석방으로 출소하게 된 그는 슈퍼마켓에 취직했지만 새로운 세상에 자신의 시간을 주도적으로 재설계하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만다. 준비되지 않은 자유란 때로는 불안감과 족쇄가 되어 삶을 짓누르기도 한다.
시간을 자유롭게 쓰고자 한다면 먼저 시간의 주인이 되기 위한 준비와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우리의 주변 곳곳에서 ‘브룩스’를 마주칠 수 있다. 중학교, 고등학교의 정규과정 속에서 짜여진 시간표대로 공부를 하던 많은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 시간표를 자유롭게 설계하고 수강과목을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방향성을 잃기도 한다. 학점 이의신청을 학생 대신 부모가 해주는 사례들도 적지 않다. 기껏 프리랜서가 되어서 시간의 설계자의 자격을 갖추고도 어쩔줄 몰라하며 다시 어딘가에 구속되기 위해 회사에 취직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지 않더라도 시간을 어떻게 쓸지 몰라 휴식도 아닌 그렇다고 자기개발을 하는 것도 아닌 애매한 상태로 방황하기도 한다.
자유는 자유를 어떻게 사용하는 지 아는 사람에게만 찾아온다. 프리랜서 초기에 내가 일을 거절하지 않고 다 잡은 이유 중 하나는 이번달 일이 많다고 해서 다음달에 일이 그만큼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그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함을 이겨내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프리랜서로 자유로움을 얻기는 어렵다. 또 하나의 이유는 쉬는 게 열심히 살지 않는다는 이상한 착각에 빠져서였다. 다른 강사들이 저마다 바쁘게 매일매일 출강하는 것을 보면 일을 의도적으로 줄여서 하는 것임에도 내가 덜 부지런하거나 덜 열심히 사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사람들이 프리랜서를 선택하는 이유는 제각기 다르지만 내가 선택한 프리랜서의 삶은 행복이자 소중한 사람들과 더 많은 것을 함께 할 시간의 자유를 얻는 거였다. 그렇다면 나는 다른 사람의 삶과 나를 비교해서는 안되었던 것이다. 그들과 비교해 덜 열심히 사는 것 같다거나 도태되는 것 같다거나 하는 멍청한 생각을 할 필요가 애초부터 없었던 거다.
그후로는 의도적으로 일이 들어와도 적당하게 조절을 해나갔다. 그리고 쉬는 날에는 하루종일 아이와 놀아주거나 함께 키즈카페에 가기도 했다. 아이의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폭발적인 어휘구사능력도 감탄하며 들을 수 있었고 엉덩이를 씰룩이며 트로트에 맞춰 춤을 추는 것도 직접 눈 앞에서 보며 행복해할 수 있었다. 조금 더 많은 돈과 절대로 맞바꾸지 않을 소중한 시간을 프리랜서의 삶을 통해 얻은 것이다.
시간의 자유를 위해 시간을 설계할 프리랜서의 길을 택했다면 즐겨라, 시간의 자유를.
*위 글은 미래경제뉴스(http://www.mirae.news/news/articleList.html?sc_serial_code=SRN13)에 먼저 기고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