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생활에 지친 직장인이 안식을 찾아 떠난 여행
내가 다니는 회사에는 안식휴가라는 제도가 있다. 10년간 근속하면 두달간 유급휴가를 주는 제도인데, 교사나 교수와 같은 일부 직종 빼고는 일반 사기업에서 흔히 찾아보기 힘든 좋은 제도라는 생각이 든다. 한 회사에서 10년정도 근무하고 나면 몸과 마음이 지치거나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는 시기인데, 두달간의 휴식을 통해 몸과 마음을 새롭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다.
먼저 안식휴가를 다녀온 선배들이 쓴 휴가기를 보면 두달의 시간을 쪼개 여행, 독서, 휴식, 골프 레슨 등 평소 하고 싶었지만 여유가 없어서 하지 못했던 다양한 일들을 하는 것 같았는데, 나는 두달간의 휴가를 오로지 여행을 하는데 쓰기로 했다. 제대로 여행을 떠나기엔 두달도 길지 않은 시간이라는 생각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20년전 학창 시절에 두달간 떠났던 배낭여행을 다시한번 해 보고 싶음 마음 때문이었다.
지금은 해외 여행이 누구나 할 수 있는 대단치 않은 일이 되었지만 내가 배낭여행을 떠났던 대학시절에는 해외여행 자유화가 막 시행되었던 직후여서 해외 배낭여행을 가본 사람도 많지 않았고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니 관련된 정보를 얻기도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넉넉치 않은 대학생 형편에 두달간 배낭여행 경비를 마련하기도 쉽지 않아서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로 어렵게 돈을 모아서 우여곡절 끝에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그렇게 홀로 떠난 배낭여행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며 나는 꽤나 많은 것을 느꼈던 거 같다. 우리와 동시대에 훨씬 더 큰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숨쉬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게 되었고, 우리가 가진 고민이 세상 고민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며 의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휴가나 출장, 파견근무, 학업 등으로 잠깐씩 해외 여행을 하곤 했지만, 20년 전의 배낭여행만큼 내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온 경험을 한 적은 없었다. 그래서 이번 안식휴가는 20년 전에 갔던 장소로 다시 한번 떠나는 여행으로 계획했다. 이번엔 혼자도 아니고 배낭여행도 아니지만 예전의 여행이 그랬듯 내 삶의 큰 자양분이 되고, 앞으로의 20년을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