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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Sep 21. 2018

로텐부르크와 아우토반

2.29. 로텐부르크-뒹켈스뷜-뮌헨

고성가도와 로만틱가도가 만나는 로텐부르크는 중세의 모습이 가장 많이 남아있어서 중세의 보석이라고 일컬어지는 조그마한 도시이다. 시청 앞 광장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뻗어나간 골목을 이리저리 천천히 걸어서 다 돌아보는 데에도 몇 시간 안 걸리는 작은 도시로 인구는 15만명 정도인데 한 해에 백만 명 정도의 여행객이 찾아올 정도로 이름난 관광지이다. 


시청사 꼭대기에서 내려다본 로텐부르크


시내 전망을 보기 위해 시청사 탑을 올라갔는데 좁고 가파른 경사인데다 밟을 때마다 삐걱거려서 금방이라도 무너질 거 같은 계단을 올라가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탑 꼭대기에 있는 전망대는 워낙 좁고 오래되어서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올라갈 수 없었기 때문에 몇 명만 올라가고 나머지 사람들은 아래에서 대기해야 해서 보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좁은 전망대에 올라 있으니 언제 무너질지 모를 거 같은 불안감도 있었지만 로텐부르크의 아기자기한 중세 시내 전경을 내려다 보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었다. 


장난감의 도시 답게 거대한 테디베어가 있다


시청사 옆에 있는 건물 꼭대기에는 마이스터트룽크(Meistertrunk)라는 시계가 있는데, 매시 정각마다 인형들이 나와서 술잔을 들이키는 장면을 재현한다. 이 장면은 역사적으로 실재했던 한 사건을 재현한 것이라고 한다. 


과거 독일의 30년 전쟁 때 로텐부르크가 외부 세력에 의해 침략을 당한 적이 있었는데 승리를 기념하는 연회에서 술에 취한 침략군의 수장이 로텐부르크 시장에게 커다란 잔에 담긴 와인을 주고,


“이 것을 단숨에 들이마신다면 도시를 돌려주겠다”


라고 제안해서 시장이 그 자리에서 3.25L나 되는 와인을 한번에 들이킴으로써 도시를 구했다고 한다. 덕분에 도시를 구했지만 시장은 3일 밤낮을 잠만 자야 했고, 인형들의 퍼포먼스는 바로 이 사건을 재현한 것이라고 한다.



로텐부르크는 장난감으로 유명한 도시이다. 여러 군데에서 나무로 만든 인형 같은 장난감들을 팔고 있었는데 동글동글하니 귀여워서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안 사고는 못 배길 지경이었다. 각종 수준 높은 공예품들도 많이 팔고 있었는데 한 시계 가게에서는 특이하게 디자인된 시계들을 팔고 있었다. 와이프가 거기 있는 시계가 다 너무 멋지다고 탄복을 하더니 벽시계를 몇 개 샀다. 점점 늘어가는 짐을 나중에 어떻게 가져갈지 걱정이 되었다. 


아기자기한 간판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니 슈니발렌을 파는 곳이 많았는데 로텐부르크가 슈니발렌의 원조 격인 도시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갑자기 유행했다가 순식간에 사라졌었는데 아마 우리나라에서는 망치로 깨먹는 과자라는 게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던 것 같다. 이곳의 슈니발렌은 망치로 깨 먹을 정도로 딱딱하지는 않아서 손으로 조금씩 떼 먹을 수 있었다. 뭐 사실 맛은 그냥 평범한 과자 맛이다.


성게오르크 성당


로텐부르크를 출발해서 로만틱가도의 또 다른 중세도시인 딩켈스뷜로 왔다. 로텐부르크가 많은 부분이 복원된 것인데 비해 딩켈스뷜은 거의 원형 그대로의 옛모습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곳도 로텐부르크와 거의 같은 느낌의 중세 도시라서 나중에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어디가 로텐부르크이고 어디가 딩켈스뷜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도시 중앙에 위치하고 커다란 로마네스크식 탑을 가진 성게오르크 성당은 독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종교건축물 중의 하나라고 한다.


뒹켈스뷜 거리의 특이한 가로수


운전하는 사람들이 가장 달려보고 싶은 길이 아마도 독일의 아우토반일 것이다. 나 역시도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역시나 속도 무제한 도로의 위엄은 대단했다. 보통 150km 이상으로 달렸고 거의 200km 가까이도 합법적으로 속도를 내 보았다. 


모든 것을 규정대로 하기를 기대하는 독일에서 아우토반은 정신적인 해방구 역할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아우토반이라고 해서 우리나라 고속도로와 크게 다를 것은 없었고 단지 속도제한이 없다 뿐이었다. 도로 상태가 전반적으로 좋았지만 우리나라 도로보다 안 좋은 구간도 많이 있었다.


고속으로 달려도 커브에 문제가 없도록 급회전 구간이 없게 만들어진 것이 다르다면 달랐다. 이런 걸 보면 우리나라도 제한 속도를 올릴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유럽 대부분의 고속도로가 130km를 제한속도로 두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최소한 그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싶다. 


도로는 비슷했지만 운전습관은 많이 달랐다. 무엇보다도 아우토반에서 추월차선은 엄격하게 지켜지고 있어서 1차선은 추월할 때만 들어가고 추월 후에도 계속 주행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추월차선에 있다가 더 빠른 차가 오면 재빨리 비켜줘야지 안 비키면 바짝 달라붙거나 전조등을 켜거나 등등 난리가 난다. 


가끔 1차로를 폭군처럼 질주하는 차들을 볼 수 있는데 아우디가 가장 많았다. 벤츠나 BMW도 가속 성능에서는 밀리지 않을 텐데 상대적으로 아우디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타는 차라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빗속에서 연주하는 뮌헨 거리의 악사


다시 계속 이동해서 뮌헨에 도착했다. 뮌헨은 바이에른 지방의 주도로서 교통의 중심지이자 경제의 중심지라서 항상 수많은 사람으로 붐비는 곳이다. 작은 도시 위주로 다니다 보니 큰 도시로 오면 차도 막히고 머리도 아픈 느낌이다. 


예전에 여행 왔을 때도 기억나는 것이라고는 호프브로이하우스에서 맥주를 마신 것 밖에 없다. 중심부의 마리엔 광장으로 가 봤지만 비 오는 날씨라서 칙칙하고 기분도 별로라서 금방 차로 돌아왔다. 이쪽에서는 파란 하늘을 보기 힘든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다시 한번 느끼는 것이지만 독일 사람들은 다들 검소하고 소박하게 차리고 다니는 거 같다. 


비가와서 우울한 느낌의 마리엔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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