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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Sep 27. 2018

미친왕과 백조의 성

2.30. 호펜제-보겐제-노이슈반슈타인

노이슈반슈타인으로 유명한 퓌센을 향해 남쪽으로 차를 달렸다. 시간이 늦어 퓌센 부근에서는 숙소를 구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지도를 보고 대충 부근에 위치한 호펜제라는 호숫가에 있는 숙소를 예약했다. 


호펜제의 쓸쓸한 모습


예약한 숙소 위치에 다가가자 탁 트인 언덕과 호수들이 연이어 나타나며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예약한 호텔에 도착했는데 호펜제 호수를 바라보는 멋진 곳이었다. 게다가 가격에 비해 호텔 시설이 너무 좋아서 더욱 기분 좋은 밤이었다. 


생각보다 좋은 시설의 호숫가의 호텔


독일에서의 마지막 목적지는 노이슈반슈타인 성이 있는 슈방가우 지역이다. 슈방가우로 가는 도중에 호펜제와 보겐제 같은 호수들이 있어서 그림 같은 경치를 보여주었다. 


호숫가에서 사진도 찍고 쉬다가 슈방가우로 가려고 보니까 가이드북이 아무리 찾아도 없다. 호텔에 놓고 나온 게 아닌가 싶어서 전화를 하니 확인해볼 테니 잠시 기다리라고 한다. 그 동안 들고 다니고 차 안에 이리저리 막 던져서 거의 넝마 수준인 가이드북을 쓰레기로 취급해서 버리지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있다고 얘기한다. 


나중에 찾아 가기로 하고 노이슈반슈타인 성 쪽으로 갔는데 날씨가 어제에 이어서 또 구름이 끼고 비가 내리다 말다 한다. 



보겐제 주변의 그림같은 풍경


노이슈반슈타인 성은 우리가 성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디즈니의 로고도 이 성을 본뜬 것이라고 한다. 예전 호프집에 가면 벽 한 면을 이 성의 사진이 차지하는 경우도 많았으니 한국인들에게는 처음 가봐도 친근한 느낌을 가지게 되는 성이다. 


이 성의 맞은편에는 이성을 만든 바이에른의 왕 루드비히 2세가 어린 시절 살았던 성인 호엔슈방가우가 있는데 노란 색으로 된 성벽이 인상적인 곳이다. 


호엔 슈방가우의 토하는 백조


루드비히 2세는 독일 남부를 지배했던 바바리아 왕국의 마지막 왕이었는데 음악과 예술을 좋아했지만 정신 질환의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서 여러 가지 광기 어린 행동을 보였다고 한다. 특히 경치가 좋은 곳에 성을 짓는 일에 몰두해 국고를 낭비함으로써 결국 왕좌에서 폐위 당하고 의문의 죽음을 당했는데, 그의 그러한 광기 덕분에 오늘날 매년 수백만의 사람들이 찾는 노이슈반슈타인과 호엔슈방가우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리라.


루드비히 2세는 어린 시절을 바그너와 함께 보냈는데 바그너는 게르만 민족의 신화를 표현하는 오페라 작품들을 썼고, 루드비히도 게르만 민족의 신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가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지은 것은 이러한 게르만 민족의 신화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 주된 목적이었기 때문에 성 내부에 있는 벽화들은 바그너 오페라와 연결되는 게르만 민족의 신화가 표현된 작품이다. 


호엔슈방가우에서 바라본 노이슈반슈타인


이 성을 지을 당시에는 이미 대포가 보편적으로 전쟁에서 사용되었기 때문에 성은 이미 쓸모가 없어진 시대였으므로, 노이슈반슈타인 성은 전쟁의 목적이 아닌 루드비히 2세의 순수한 개인적 관심 때문에 지어진 것이다. 루드비히 2세는 이 성이 관광지로 전락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서 자신이 죽으면 이 성을 부숴버릴 것을 유언으로 남겼지만 다행하게도 실현되지는 않았다.


노인슈반슈타인이나 호엔슈방가우나 백조의 성들이라 그런지 성안에 백조를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진 장식품들이 많이 있다. 동상의 코만 보면 문지르고 보는 것은 우리나라나 여기나 똑 같은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히 전에 왔었던 성이지만 20년이라는 세월이 너무 길어서 그런지 성의 많은 부분이 낯설다. 성 안으로 다니면서 영어로 설명을 듣느라 집중했던 기억이 나는데 지금 와서 보니 예전에 왔던 적이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그래도 성에서 나와서 마주친 매점은 똑똑하게 기억이 났다. 20년 전에는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깔끔한 모습이었는데 지금은 나처럼 꽤나 나이든 모습이었다. 



매점에서 산 커다란 프레즐과 커피로 배를 채우고 잠시 쉬어갔는데 프레즐에 너무 큰 소금 알갱이들이 잔뜩 붙어 있어서 떼어 내면서 먹어야 했다. 서양사람들 대부분이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짜게 먹는다는 생각이 드는데 왜 우리나라 사람들이 특히 짜게 먹어서 고혈압 같은 병이 많다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


백조의 성 노이슈반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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