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우일 Sep 22. 2018

가상

2018년 2월 15일

들뢰즈의 존재론적 일의성이라는 개념은 굉장히 논쟁적인 개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개념을 정치적 사회적으로 확대해서 해석하면 세상에 존재하는 차이를 가장한 차별에 대한 반대, 동질적이라고 보이는 현상(사건)들의 분화된 차이에 대한 절대적 긍정이라고 읽힌다.


특히 일의적 본질이 언어적 은유로 구성된 매개를 통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표현된다는 스피노자적 해석은 인상적이다. 여기에는 모든 존재자의 존재적 평등이라는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녹아있다.


들뢰즈의 비판은 재현된 언어적 체계에 부정적인데 그것은 본질과 양태 사이에서 작동하는 매개가 가상을 본질로 착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들뢰즈는 세계를 본질이 직접적으로 표현된 양태로 설명하고, 자신만의 표현 개념을 세계를 왜곡하는 언어적 기호와 대립시킨다.


들뢰즈의  이론을 수긍하면서도 매개, 즉 언어의 알레고리적 작용없이 세계를 인식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지젝 같은 헤겔주의자에게 이런 들뢰즈의 세계는 순수하게 이론적인 가능성으로  가상을 비판하기 위한 순수 공간을 창조해놓은 것으로 보일 것이다.

  

가상이 폭로된다고 세상은 바뀔까? 가상 내부에서 다른 방식의 조직화가 더 나은 질서를 만들지 않을까? 거짓말이라고 폭로하는 것보다 좀 더 괜찮은 거짓으로 세계를 다시 구성하는 것이 더 나은 내일을 위한 방법이 아닐까? 물론 그래도 거짓말이라는 것은 바뀌지 않지만.

매거진의 이전글 공동세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