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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우일 Sep 22. 2018

고리키

2018년 3월 19일

어제 새벽 비가 내린 흐린 오후의 저녁, 막심 고리키의 <어머니>를 읽는다. 금서를 몰래 읽으며 의연하게 변해가는 자신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어머니에게 빠벨은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나쁘지만 진리를 알고 부터 그들이 아름다워 보여요."


나는 소설 속의 이 문장이 막심 고리키의  문학 세계 전체를 압축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부정성을 인정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세계의 주체라는 믿음을 발견한다.


문득 그의 소설 전체에 깔려있는 긍정과 희망의 원리가 부러워진다. 미래를 희망하고 변화를 믿으며 기꺼이 행동을 실천할 수 있는 진리를 가진 자의 언어가 주는 무게를 감각한다.


꿈을 현실화하는 시대의 문학이 주는 특이성. 고리키의 소설을 지탱하는 힘은 그가 그리는 세계의 심도 혹은 플롯의 구조가 아니라 그의 문장이 지닌 강건한 정조의 문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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