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우일 May 12. 2019

스피노자의 행복

2019년 5월 11일

스피노자가 생각하는 행복한 삶이란 이성에 기반한 인식을 통해 관념의 상상이 만든 허구에서 벗어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인간이 불행해지는 것은 관념의 허구로 인해 오류에 빠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이 관념의 허구에서 벗어나는 일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예컨대 바다 위의 수평선 뒤에는 낭떠러지가 있는 것처럼 보이거나, 태양이 지구를 돌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례를 제시할 수 있다.

분명 우리는 앞의 관념들이 허구임을 안다. 하지만 일상에서 제시한 사례들은 삶 속에서 상수로 작용한다. 즉 생활 세계 속의 인간은 관념적 허구로 부터 벗어나는 일은 불가능하다.

다만 우리는 이성을 통해 부적합한 관념으로 부터 최대한 벗어나 적합한 관념을 추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이성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관념적 오류를 줄이고 자연법칙을 탐구하며 그에 일치하는 삶을 추구할 수 밖에 없다.

스피노자의 행복은 한 개인이 자기 삶을 부정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작인들을 피하고, 진리를 추구하는 사유의 역량을 증대시킴으로써 지복의 삶으로 나아간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그의 세계에서 근본적으로 인간은 고통받는 존재이며 죽음이 아니라면 그것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일은 불가능하게 보인다. 스피노자적 인간은 어디까지나 이성을 통해 고통을 극복하고 인고하기 위한 자기 존재의 역량을 증대시키는 삶을 추구할 수 있을 뿐이다.

지젝은 이러한 스피노자의 행복은 긍정을 가장한 불행이라고 비꼬지만 내가 보기에는 오히려 스피노자의 생각이야 말로 지극히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다.

왜냐하면 스피노자는 인간의 고통과  불행한 실존적 상황을 수용하며, 주어진 조건 내에서 인간이 합리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 행복의 가능성을 탐색하기 때문이다. 그의 철학에는 현실의 내적 조건을 초과하는 초월성이 배제된다.

헤겔의 절대정신이라거나, 칸트의 물자체와 같은  초월적 관념은 결국 관념적인 상상의 오류를 강화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칸트에 관한 노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