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념의 모방과 잠재적 사회론
2019년 6월 4일
가브리엘 타르드는 저서 <사회법칙-모방과 발명의 사회학> (2013)에서 모방, 대립, 적응의 과정을 사회가 진보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마치 한 개인이 어떤 누군가의 관념을 모방하다가 다시 다른 관념들과 대립 혹은 융화의 단계를 거친 후 동일화되는 적응 단계로 나아가는 것과 같다.
하지만 모방이란 근본적으로 단일한 작용이 아니다. 인간의 뇌는 무수한 환경적 요인들에 노출되어 있으므로 근본적으로 모방의 대상은 복수적이다.
무수한 관념의 다발은 인간의 뇌를 중심으로 복합적 상호작용과 상승작용을 하며 새로운 창조적 관념을 생산한다. 그리고 이것은 모든 다양한 학문 분야에 적용 가능하다.
새로운 창조적 관념은 모방 방사의 방식으로 주변에 영향을 주고 퍼져나가고 다시 대립과 적응의 과정을 거쳐서 안정화된다.
중요한 점은 타르드에게 개인은 사회의 부속이 아니라 모방 작용을 통해 관념을 유통시키거나 생산하는 매개이자 모델이라는 점이다.
기존 사회학이 규칙과 법칙을 통해 인간을 개량적으로 바라본다면, 타르드는 인간을 사회 생산에 참여하는 잠재적 역량을 가진 주체로 바라본다는 것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런 방식이라면 타르드에게 현재 사회는 우리 모두가 함께 꾸는 꿈일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이 사회라는 네트워크에 노출된 이상 누구나 모방의 방식으로 사회 변화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타르드는 차이들의 동일화와 안정화를 말하면서도 '차이를 생산하는 차이 그 자체'의 반복이란 무한소에 눈을 돌린다. 이것은 니체의 영원회귀를 떠올리게 한다.
사회학자로서 타르드는 무수한 미시적인 요인들의 조화와 안정을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자신의 이론에서 사회 스스로 자신을 갱신하는 끊임없는 동역학적 생산력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들뢰즈는 끌렸던 것 같다.
사실 나는 이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들뢰즈의 사유에서 미시적 개인의 잠재적 선험의 차원이 어떻게 사회학적 생산 과정의 동력이 될 수 있는지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형이상학적 추상의 차원에서는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실제의 구체적 모델로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있어서 들뢰즈의 이론은 공허한 감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이 들뢰즈 철학의 무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루는 대상과 관심 분야의 문제이며 들뢰즈 철학은 미학과 존재론적 담론에 주력했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타르드의 이론은 들뢰즈의 잠재성 철학이 사회학적 모델의 차원과 어떻게 관계를 형성할 수가 있는지 보충해주는 면모가 있음은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