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를로퐁티의 몸철학은 관념과 물질 그 사이 존재로서 신체(살)이라는 구도를 취하고 있다. 신체란 관념과 물질이라는 이분법으로 환원할 수 없는 존재적 성격을 지닌다는 것이 기초적 요지로 보인다.
이러한 메를로퐁티의 생각은 베르그송의 이미지에 대한 사유와 맥락을 같이 하는 것 같다. 그 또한 이 세계를 관념과 물질이라는 이분법으로 구분할 수 없으며 그 중간적 존재로 이미지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르그송이 말하는 이미지란 간단히 말해 인간의 지각 혹은 감각을 뜻한다. 사물을 우리가 인식하는 겨우 그 사물에 대한 무수한 지각과 감각 이미지들의 집합의 통합을 통해 인식한다는 것이다. 이때 이미지는 고정된 것과 운동하고 변할 수 있는 것으로 구분된다.
마찬가지로 메를로퐁티가 제안하는 살의 관념 또한 인간의 감각으로 구현된 어떤 사이 존재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다리가 절단되었지만 다리의 감각을 느끼는 환자들의 경우가 있다는 것은 신체의 존재란 관념과 물질로 환원할 수 없는 감각적 차원으로 경험되는 것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런한 관점은 들뢰즈의 경험론에서도 중요한 사유의 구도를 만든다. 그에게도 감각은 의식과 물질의 차원을 초월하는 것으로 드러나는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들뢰즈가 스스로 자신이 베르그송주의자라고 밝혔듯 그의 감각론은 제도화된 운동의 도식을 해체하는 힘으로써 감각이미지를 옹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