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우일 Jan 09. 2021

가는 곳마다 신이다

2021년 1월 8일

神 · 2

-이경림

나는 매일 신을 신고 저자로 갔네
나의 신은 나의 발에 꼭 맞아 마치 내 몸의 일부인 것 같네
이따금 신은 고약한 냄새를 피우기도 하지만
그건 전적으로 나의 탓
내가 신을 씻기지 않았기 때문이네

어디로 가나요?
신은 내게 한 번도 물은 적 없네
나도 마찬가지.

내가 집 안에서 쉴 때 신은 문밖 댓돌에서 나를 기다리네
그럴 신의 속은 어둠으로 가득하네

몇 해 전, 내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나는 그녀가 묻힌 비탈에서
그녀의 신이
옷가지들과 함께
불구덩이로 던져지는 것을 보았네.

神이 타는 냄새가 코를 찔렀네.

: 일상의 사물 속에서 신을 보는 사람의 마음이란 이런 것이겠지. 현상계를 초월해 있는 신을 향한 외경이 아니라 우리 일상에 깃든 모든 사물들의 고유성을 발견하는 시인의 눈이란 나 자신의 존재와 삶에 대해 다시 자각하게 해주는 힘을 준다. 스피노자가 만물이란 신의 양태이고 변용이라고 했던가. 만물이 신이라면 어찌 모든 것들을 사랑하고 아끼지 않을 수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의 기억과 아이러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